남미 좌파의 원조격인 차베스 포퓰리즘이 16년 만에 심판을 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살인적인 인플레, 만성적인 생필품 부족, 국가재정의 고갈로 경제가 파탄난 것이다.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석유 수출을 통한 ‘오일 머니’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무차별 복지에 주력해 왔다. 자극적인 반미 구호와 함께 생산시설에 대한 국유화도 단행했다. 하지만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원유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과도한 복지에다 오일 머니에 젖어 제조업도, 서비스업도 기반이 무너져버렸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극빈자가 11.3%로 정부 발표치 5%의 2배가 넘을 지경이다.
유가하락으로 ‘한방’에 나가떨어진 차베스 포퓰리즘의 그늘은 무서울 정도로 어둡다. 이 나라 중앙은행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68.5%라고 발표한 뒤 아예 집계 자체를 포기했다. 올해는 159%에 달할 것이라는 게 IMF 추정치다. 성장률이 -10%로 나라살림이 거덜나자 나라 전체가 치안부재의 피폐한 사회로 전락했다. 살인사건 사망률이 10만명당 53.6명으로 온두라스에 이어 세계 2위(2012년)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뒤늦게 건전한 성장과 일자리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돈이 떨어지면 포퓰리즘도 끝나게 마련이지만 그 후유증은 너무나 크다. 남미 좌파벨트의 몰락에서 배워야 한다. 무차별 포퓰리즘의 대가가 너무나 무섭고 잔혹하다. 남미는 그나마 농업도 있고 자원도 있다. 한국은 최악의 상황을 견딜 버팀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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