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아버지 대신해 회사 경영
빚쟁이 독촉 시달렸지만 당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독서
막히거나 모르면 무조건 책 읽어
잇단 기술 특허 힘입어 재기…산업용 마스크 1위에 올라
[ 박영태 기자 ]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연합 오백볼트의 김충범 대표(40·사진)는 평소 농담처럼 자신의 취미를 ‘신사업 기획’이라고 한다. 김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결코 농담만은 아니다. 올 1월 설립한 오백볼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창업한 회사만 9개다. 업종도 병원 컨설팅, 숯 수입·유통, 식품(돈가스) 유통, 지하철광고 등으로 다양하다. 책에서 얻은 지식이 밑거름이 됐다.
김 대표는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0년 7월 뜻하지 않게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산업용 마스크 업체인 도부라이프텍을 운영하던 부친이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외무고시를 준비 중이던 김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회사 경영은 녹록지 않았다. 첫 출근날부터 빚 독촉에 시달릴 정도로 회사 재무 상황이 나빴다. 김 대표는 “도움은커녕 변변한 자문을 구할 곳조차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책’이었다. 경영 지식과 경험 등의 부족을 ‘독서’로 메워나갔다. 김 대표는 “앞이 막히거나 모른다 싶으면 무조건 책을 구해 읽었다”고 말했다. 낮에는 공장에서 직원들 틈에 끼여 마스크 제조공정을 익혔고 밤에는 기술서적을 읽었다. 국내에 출판된 전문서적은 물론 독일 일본 등지에서 나온 관련 원서와 학술지, 논문까지 두루 섭렵했다. 화학기호표와 화학용어사전은 끼고 살다시피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도부라이프텍은 다수의 제품 특허와 기술 특허를 취득했고 국내 산업용 마스크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김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도부라이프텍 경영으로 얻은 노하우를 제조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시험해보고 싶어 다양한 업종의 사업을 벌었다”고 했다. 병원 컨설팅, 식품(돈가스) 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일 때도 늘 독서에 매달렸다. 신사업을 기획할 때면 관련 분야 서적부터 챙겼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업계 전문가와 실무자들을 만나 사업 가능성을 점검했다.
김 대표는 책을 통해 얻은 경영지식으로 냉동식품 업체인 EPP 등을 업계 1위로 키워냈다. 도니도니돈까스로 유명한 EPP는 4, 5년 전 홈쇼핑에서 1회 방송에 9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업계 신기록을 쓰기도 했다. 김 대표가 창업해 운영 중인 회사는 EPP와 기업전략 컨설팅 업체 AVA 등 4개사다. 나머지 5개사는 처분해 적지 않은 매각 차익을 얻었다.
김 대표는 요즘도 짬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자기계발 경영 경제 인문 시 소설 등 장르도 다양하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토니 로빈스의 머니다.
김 대표가 1년에 읽는 책은 200권이 넘는다. 올초에는 ‘하루에 한 권씩 1년에 365권 책 읽기’라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오백볼트를 창업하면서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였다. 김 대표는 “1년이 채 안돼 인수나 사업 협력을 검토하는 스타트업만 300개가 넘는다”며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읽어야 할 책도 그만큼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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