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호 기자 ]
한미약품(대표 이관순·사진)은 올해 제약업계뿐 아니라 국내 수출 기업 가운데 가장 주목 받은 업체다. 초대형 글로벌 기술수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단숨에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신약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미국의 일라이릴리에 면역질환치료제를 6억9000만달러에 기술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4건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달에는 사노피아벤티스에 당뇨신약기술인 ‘랩스커버리’를 5조원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으며 이전의 해외수출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한미약품이 올해 4건의 계약으로 받은 계약금 규모만 7000억원을 넘어선다.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제 갓 1상 임상시험이 끝났거나 2상에 진입한 신약에 대규모 비용을 지급해가면서 ‘입도선매’에 나선 것은 그만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9000억원을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한 노력이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바이오신약은 기존 당뇨·비만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약이다. 투여된 약물이 몸 안에서 사라지는 ‘반감기’를 늘려주는 독자기술 랩스커버리를 통해 투약 횟수와 투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약효 지속력은 높여지는 ‘베스트-인 신약’이다.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지속형 당뇨신약은 기존 매일 투여하는 인슐린의 투여기간을 1주일 또는 한 달까지 늘려주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투약 기간을 최장 월 1회까지 늘려주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미국 한국 등 8개국 90여개 기관에서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는 제2형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후기 2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과 해외 수출에서 늘 ‘국내 최초’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 끊임없이 새로운 신약과 개량신약 개발에 도전해왔다. 국내 최초의 개량신약 개발은 물론 국내 최초의 기술수출도 한미약품이 첫 단추를 끼웠다.
한미약품은 1989년 로슈와 당시로선 국내 최대 규모인 600만달러 규모의 항생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제약사의 첫 해외기술 수출 사례였다. 1997년에는 노바티스와 63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국내 제약사 최대 기술수출을 달성했다. 이후 MSD, 카이넥스, 스펙트럼 등 다양한 해외 제약기업들과 라이선스아웃계약을 체결하며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어려운 시기에도 연구개발비를 줄이지 않고 꾸준히 투자한 뚝심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내는 안목이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신약 후보들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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