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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무슬림 입국금지’ 발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고 나섰고,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동맹국 정상들까지 우려를 표명했다. 중동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트럼프와 진행중인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선언도 나오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전날 성명 내용에 대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발생한 미 샌버너디노 총격 사건이 약혼 비자를 통해 입국한 파키스탄 출신 여성 무슬림이 남편과 저지른 테러 행위로 잠정 결론 내려지자 7일 성명서를 내고 “미국 의회가 테러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트럼프의 선거 운동은 쓰레기 통에나 들어갈 저질 언어와 로 가득차 있다“면서 “다른 공화당 주자들은 트럼프가 만약 대선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을 당장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악관이 특정 대선 주자를 비판 또 ?비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이슬람 무장단체(IS)가 노리는 ‘서방세계 대(對)무슬림’이라는 대결 구도를 만들고, 극단주의자들의 추가 도발을 야기할 것이라는 백악관의 우려에 따른 반응으로 해석했다.
공화당내에서는 ‘트럼프가 경선을 포기해야 한다’(데이비드 졸리 하원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면서도 “(트럼프 발언은) 공화당이나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은 분열적이고 완전히 틀린 것이다”라고 비판했고,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캐나다인은 공포와 분열의 정치를 단호하게 배격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날 한 두바이 기업이 트럼프와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등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도 추가적인 사업중단 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트럼프가 인종과 종교 문제에서 건너서는 안되는 선을 건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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