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19대 국회] 법안 1만7000여건 쏟아냈지만…통과된 건 31% '역대 최저'

입력 2015-12-09 18:21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

이런 국회 또 있을까
여야 대치로 151일간 법안 1건도 처리 안해
법안 '주고받기'만 빈번

특권 내려놓기 없던 일로
비리로 '낙마' 22명 최다



[ 유승호 기자 ]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 여야 간 쟁점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9일 끝났다. 19대 국회는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에서 가결한 비율은 가장 낮은 ‘저효율 국회’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한 국회선진화법에 가로막혀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 처리는 더욱 부진했다.

◆“법안 실적 쌓기에 급급”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지난 8일까지 발의된 법안은 1만7222건이었다. 이 중 본회의에서 가결한 법안은 5449건으로 전체 발의 법안의 31.6%에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1만건이 넘는 법안이 내년 5월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것으로 국회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19대 국회의 법안 가결률은 역대 최저다. 18대 국회에서는 1만3913건이 발의돼 44.4%인 6178건이 통과됐고 17대 국회 때는 7489건 중 50.4%인 3775건이 가결됐다. 16대 이전에는 법안 가결률이 60~80%에 달했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안 했다는 측면이 있지만 법안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부실한 법안이라도 제출하고 보자는 ‘입법 만능주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입법 의무를 장기간 내팽개친 일도 적지 않았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해 5월2일부터 9월29일까지 151일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개정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2013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8개월간 법안 처리 건수가 ‘제로’였다.

여야 의견이 맞서는 쟁점 법안 처리 실적은 더 안 좋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원샷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등에서 이견을 보이다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다른 쟁점 법안인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지난 3일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에 이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거쳐 어렵게 통과시켰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쟁점 법안 중 소관 상임위원회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정상적으로 처리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세비 삭감·특권 완화 안 지켜

국회선진화법이 19대 국회의 입법 실적이 부진한 원인으로 꼽힌다. 19대 국회부터 시행된 국회굽廢?萱?국회의장이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 외에는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상임위 의결을 거쳐야만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상임위에서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땐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한 뒤 180일 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지만, 재적 의원의 60%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신속처리 안건 지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당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지만 야당의 동의 없이는 법안 통과가 어렵다 보니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법안 주고받기’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 3일에도 여당이 추진하는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야당이 요구하는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및 전공의 지위향상법과 함께 통과시켰다. 그나마 여야가 주고받기에 합의하고도 지키지 않는 일이 많다.

19대 국회는 특권 내려놓기에도 미온적이다. 임기 초기에는 세비 삭감, 불체포 특권 완화 등을 약속하며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들 법안은 상임위에 장기 계류 중이다. 선거법 위반, 뇌물 수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박탈당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기간에 자진 사퇴한 사람은 22명으로 역대 국회 중 가장 많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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