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생활가전업체들, 매출 정체로 '성장통'

입력 2015-12-09 20:15  

글로벌가전사 경쟁 가세로 틈새 개척 메리트 사라져
레이캅·리큅·위닉스 등 제품 다각화·수출 안간힘



[ 안재광 기자 ] 침구청소기, 식품건조기 등 틈새시장을 개척한 생활가전업체들이 ‘성장통’을 앓고 있다. 꾸준히 늘던 매출이 올 들어 떨어지고 있어서다. 수출 지역을 확대하고 취급 제품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성과는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침구청소기 전문기업 레이캅코리아의 올해 매출은 작년 수준(1824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주력 시장인 일본에서 판매량이 감소한 게 주된 이유다.

레이캅코리아는 2012년 일본에 본격 진출했다. 자외선으로 침구 살균을 해주고 집먼지진드기까지 잡아주는 기능을 앞세웠다. 이후 지난 7월까지 일본에서만 300만대가 넘는 침구청소기를 팔았다. 레이캅코리아 매출은 2011년 336억원에서 지난해 182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글로벌 가전사들이 두고볼 리 없었다. 샤프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뿐 아니라 프리미엄 가전의 대명사 다이슨까지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유통력을 앞세웠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선점효과’는 떨어졌다.

시장이 다르지만 리큅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식품건조기 시장을 만들다시피 한 리큅은 최근 경쟁 심화 탓에 택?감소가 예상된다. 하외구 리큅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이 뒷걸음질 칠 것”이라고 말했다. 리큅 매출은 2012년 211억원, 2013년 368억원, 지난해 480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는 400억원대에 머물 것이란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이 밖에 국내 제습기 시장을 선점한 위닉스, 원액기 하나로 지난해 3000억원대 매출을 거둔 휴롬 등도 올 들어 성장세가 꺾였다. 위닉스는 외형이 쪼그라들면서 올 3분기 누적으로 약 20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쟁이 거의 없는 ‘블루오션’에서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바뀐 게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생활가전업체들이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리큅은 제품 가짓수를 늘리고 있다. 고속으로 회전하며 식품을 통째로 가는 블렌더와 기름 짜는 기계 채유기 등을 잇달아 내놨다. 신일산업 한경희생활과학 등도 과거 실적이 악화되자 제품 수를 확대하는 전략을 쓴 바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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