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그들의 눈길 잡기 위한 과정
특정집단 보호는 시장만 왜곡할 뿐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최근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최고심의 판단인 만큼 존중해야 하겠지만 반(反)경쟁적이라는 이견(異見)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런 저런 명분 아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법들이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매일매일 변화하는 세상에서 희소한 자원 사용을 둘러싸고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거나 더 나은 위치로 옮겨가기 위한 경쟁에 직면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쟁이란 거래 상대방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참여자를 이기려는 대항적 행위다. 기업 간 경쟁은 소비자에게 가격과 품질 면에서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기업을 이기려는 행위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경쟁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사람들의 물질적 삶을 개선한다.
흔히 대기업이 선진 기술과 월등한 자본력으로 이미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자유 경쟁이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물론 불리한 여건에 처한 사람이 더 나은 여건에서 출발한 사람을 경쟁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쟁은 남을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번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의 사업 방식과는 달리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기존 사업자를 능가할 수 있어야 소비자의 승인을 받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항은 기존 기업의 생존 및 번성과 새로운 기업의 진입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소비자들은 기업가의 출발점이 어디냐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기회의 평등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즉 소비자들은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가가 가진 배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기업가가 자신들의 이익에 얼마나 잘 봉사하느냐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경쟁을 요구하는 일반 소비자로서의 대중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공정과 불공정, 정의와 부정의로 판단하는 주체로서의 소비자는 이중적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기업 내의 구조조정도 모두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생산 라인을 새로 설치·폐기하고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재배치하는 것은 현장에서 기업을 지휘하는 기업가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지만, 이는 기업가가 소비자의 명령을 받들어 시행한 것일 뿐이다. 어제는 특정 기업이 생산한 물건에 호감을 가졌던 소비자가 오늘은 매몰차게 외면하기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느낀 기업가가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근로자 해고를 비롯한 구조조정을 두고 기업가가 잔인하다고 말하지만 진정 잔인한 것은 죽 끓듯이 변화무쌍한 소비자다.
경쟁은 권투나 마라톤 시합에서처럼 우승자를 가려 메달을 주는 메커니즘이 아니라, 제반 경제 여건 하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켜주는 안전 장치이자 보호 수단이다. 즉 경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세상에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고 하는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서로를 위해 협동하는 방식이다. 북한처럼 시장 경쟁이 없는 사회주의 사회에는 시장 경쟁이라는 장치나 수단이 없고, 오로지 절대 권력자의 뜻을 받드는 충성 경쟁만이 있으므로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지 않고 고단한 것이다.
효율적 자원배분을 방해하고 소비자 복지를 해치는 경쟁 제한적 요소들은 자유시장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정부나 국회의 인위적 조치에 의한 것이다. 특정한 목적 아래 경쟁을 제한하는 법적 조치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법이 보호하려는 집단의 이익도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 경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를 촉진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길이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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