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장기투자하는 ETF…한국만 '단타' 극성인 까닭은

입력 2015-12-13 09:36  

[ 권민경 기자 ]

# 서울에 사는 39살 직장인 정모씨는 요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양방'(이쪽과 저쪽) 투자를 하는 데 재미를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때 반등에 베팅하는 '레버리지ETF'와, 지수가 오를 경우 다시 하락할 때를 바라보는 '인버스ETF'를 동시에 들고 단기매매를 하는 식이다. 시작한 지 서너달 남짓이지만 타이밍을 잘 잡아서인지 적지 않은 수익을 봤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지인에게서 양방 투자의 위험성과 함께 ETF를 단기매매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언을 들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ETF를 단기매매 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데다 코스피지수 역시 장기 박스권에 갇히자 단기 수익을 올리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유형별 운용자산 비중에서 주식투자 상품이 71%로 압도적이다. 채권투자 상품은 23%를 차지한다.

주식투자 상품 중에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 비중이 22%에 달해 주요국 대비 단기매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미국과 유럽은 해당 비중이 모두 1%대이고, 일본 역시 6%에 불과하다.

ETF는 지수를 자동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일종으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 계좌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판매보수와 수수료가 없고 운용보수가 낮은 편이어서 공모펀드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투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액티브펀드(적극적 주식투자)의 부진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ETF로 눈을 돌리면서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08년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공모펀드에서는 66조원이 빠져나간 반면 ETF로는 15조원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10월말 기준으로 국내 ETF 운용자산은 21조8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ETF 중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비중이 높은 데 반해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마트베타' 상품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26%)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스마트베타는 ETF에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 특징을 결합한 상품이다. 장기적으로 초과수익률을 거두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글로벌 스마트베타ETF 시장 규모는 497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넘게 성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 운용본부 안진우 차장은 "ETF는 단기매매보다 장기투자하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라며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 성향 자체가 해외와 좀 다른데다 기본적으로 '쏠림' 현상이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해외에선 스마트베타ETF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국내에선 아직까지 해외만큼 관련 상품?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인버스ETF 같은 단기매매 상품의 경우 시장 급등락 장세에서 투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단기매매로 거래회전율이 높아지면 비용이 오히려 늘어 ETF 최대 장점인 '저비용'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권민경 연구원은 "급등락 장세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이 악화되고 괴리율이 확대될 수 있다"며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맞춤형 스마트베타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ETF를 퇴직연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에서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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