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구를 구한다'는 파리 기후회의의 구호와 현실

입력 2015-12-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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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적용할 새로운 기후협약이 마련됐다.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엊그제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파리협정은 1997년 채택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이번 총회에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후협약이 도출되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해선 각국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정할 수 있도록 했고, 대신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토록 했다.

기후협약에 관한 한 우리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 성장’을 내건 이후 스스로 허세를 버리지 못했다. 자율적인 감축이라는 결론을 예측하지 못하고 ‘2030년 배출예상치 대비 37% 감축’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도한 목표를 제출해 놓은 게 우리다. 산업계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그 정도 수치가 안 되면 큰 제재라도 받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게 환경부였다. 이번에 확실히 드러난 대로 기후변화는 선진국들이 ‘필요에 의해’ 주도하는 아젠다일 뿐이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있는 환경건전성(EIG=Environmental Integrity Group )그룹에 속해 있다. 그 수준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하면 된다.

환경부는 탄소감축 목표와 관련해 강압적인 규제로 일관한 그동안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감축 당사자인 산업계와 함께 방향과 기술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낮출 원전 건설 계뮌?정부가 축소하면서 탄소배출 책임을 산업계에만 부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 공화당을 예로 들면 이번 파리 총회를 앞두고 미국 대표단이 선언하는 어떤 약속도 비준해 줄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국 경제라는 인식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기후협약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태로 매듭지어진 것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해 각국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다른 것이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환경이 부담인 나라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계에 그 짐을 한번에 지우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 국가 경제 차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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