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련서 철수 안철수 "정치세력 만들겠다"…총선 앞두고 '야당 재편' 회오리

입력 2015-12-13 18:39  

창당 21개월 만에 탈당…총선'일여다야'구도 가능성

안철수 "당 안에서 변화·혁신 불가능해 떠난다"
문병호 "이르면 14일 탈당…연말 20명 넘을 것"
김한길 선택이 대규모 연쇄 탈당 여부 좌우



[ 손성태 기자 ]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3일 탈당했다. ‘새정치연합’이란 이름으로 신당 창당을 준비하다 지난해 3월 민주당과 전격 통합한 지 1년9개월여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 새정치연합을 떠난다”고 말했다.

이어 “나침반도, 지도도 없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께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4개월가량 앞두고 ‘안철수발’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올랐다.

◆“허허벌판에 혈혈단신으로 나선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구체적인 신당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신당 창당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안 전 대표가 탈당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자신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개최가 수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혁신 전대에 문재인 대표도 나오라고 하지만 그건 정치도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대표직을 물러나면 현재 추진 중인 혁신안이 무력화돼 문 대표나 당내 주류들도 혁신 전대를 받으려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탈당한 것은 당 밖에서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규합, 문 대표와 혁신 전대의 ‘장외버전’인 1 대 1 대결구도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겠다”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한다.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고 말했다.

천정배 박주선 무소속 의원과 원외민주당 세력에 이어 안 전 대표까지 독자 신당을 추진하면서 야권 재편의 정치적 함수는 더 복잡해졌다. 내년 총선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야권 통합이 다시 추진된다 하더라도 지분 나누기와 공천 안배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누가 탈당하나…호남·비주류 ‘주목’

안 전 대표를 따라 호남권과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4일이나 15일께 탈당을 선언하겠다. 안 전 대표와 같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 안에 현역의원 중 10명 안팎이 1차 탈당을 할 것이고, 연말이면 20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연말까지 교섭단체 구성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결성된 비주류 모임인 구당(救黨)모임 소속 일부 멤버의 탈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모임에는 김영환 강창일 김동철 신학용 김영록 노웅래 문병호 유성엽 이윤석 장병완 정성호 박혜자 최원식 황주홍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호남의 김동철 유성엽 황주홍 의원과 수도권 최재천 최원식 의원의 탈당설이 나오고 있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물갈이를 위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 발표 시점이 변수다. 하위 20%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이 발표 전에 탈당을 결행할 공산이 크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찻잔 속 태풍’에 그쳐 탈당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문 대표 사퇴를 주장한 일부를 제외하곤 탈당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큰 호남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탈당에 대한 운신의 폭이 넓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등지고는 총선에서 선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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