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화웨이식 인재 경영

입력 2015-12-13 19:15  

전설리 IT과학부 기자 sljun@hankyung.com


[ 전설리 기자 ] 최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화웨이가 스마트폰 통신장비 등을 소개하는 발표회를 열었다. 발표가 끝난 뒤 딩넝 한국화웨이 대표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냐”는 질문에 딩 대표는 “아내가 중국에서 일해 떨어져 산다”고 했다. “연말에 부인을 보기 위해 중국에 가느냐”고 물으니 “일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연말이면 모두 장기 휴가를 떠나는 미국·유럽계 기업들과 대조적이다. 호주계 외국 기업에서 옮겨온 화웨이 관계자는 “말단 직원부터 최고위 임원까지 모두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런 기업문화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무관치 않다. 런 회장은 주인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주식 대부분을 임직원들에게 나눠줬다. 1987년 창업 초기부터 꾸준히 배분해 임직원 지분이 99% 가까이에 이른다. 회사가 잘될수록 직원들의 부가 늘어나는 구조다. 화웨이가 급성장하면서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이 월급보다 많을 때도 있다. 지난해 중국 본사를 방문했을 때 니나 리 화웨이 선임매니저가 “화웨이의 성장동력은 주인 의식”이라고 말한 이유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서둘러 상장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화웨이는 앞으로 적어도 10년간 상장 계획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밝힌다. 런 회장은 상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회사가 너무 일찍 상장하면 하룻밤 새 백만장자가 여럿 나온다. 이들이 백만장자가 된 뒤에도 예전처럼 열심히 일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화웨이는 빠르게 변하는 ICT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앞선 기술력이 중요하고, 끊임없이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선 인재와 창조적인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낮은 인건비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화웨이 샤오미 등의 경쟁력을 분석해 보면 기술과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에 기인한다”며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두려운 진짜 이유”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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