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수 기자 ]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원천징수영수증 같은 소득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등 상환능력 평가가 깐깐해진다. 신규 주택구입자금이나 고금리대출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조건이 강력하게 권유되고,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대출한도를 산정하게 된다.
14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은 이같은 내용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금융당국은 총체적인 가계부채 상환부담(DSR·Debt Service Ratio·채무상환비율)을 산출해 이를 은행 자율로 사후관리에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시행시기는 준비상황 등을 감안해 수도권은 내년 2월1일, 비수도권은 5월2일부터로 정했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 9월말 현재 1166조원 규모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집계(전년동기대비)하는 가계신용 증가율도 지난해에 6.5%에 그쳤으나 지난 9월말에는 10.4%로 높아졌다.
당국은 채무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 실제 소득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 등 증빙소득을 우선적으로 활용해 소득을 파악키로 했다. 증빙소득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인정소득(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으로 추정한 소득)이나 신고소득(신용카드 사용액 또는 매출액, 임대소득 등)을 활용키로 했다.
다만 집단대출(중도금, 이주비, 잔금대출)이나 30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로 소득증빙이 어려우나 영업점장이 별도의 상환재원 등을 확인한 경우에는 현행처럼 최저생계비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12년 9월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대출에 대한 최저생계비 활용을 폐지했으나 DTI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의 경우 최저생계비가 활용되고 있다.
당국은 주택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만기에 원금을 일시에 갚는 관행을 지속하기 곤란하다고 보고, 처음부터 조금씩 원리금을 갚아 나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만기에 과도한 상환부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거치기간 1년 이내)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이나 고부담대출(LTV 즉 담보인정비율과 DTI가 60% 초과한 대출)의 대출전액, 주택담보대출 담보물건이 해당건 포함 3건 이상인 경우, 소득 산정시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 등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해야 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은 분할상환 대상이 아니지만 만기 연장시 가급적 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 바꾸도록 은행 안내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변동금리 대출비중(9월말 현재 66.4%)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고려,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키로 했다. 신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금리상승 가능성을 감안한 '상승가능금리(stress rate)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산정키로 했다. 상승가능금리를 감안한 DTI가 80%를 넘어설 경우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거나 80% 이하로 대출규모를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은 현재 DTI를 활용해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기타 금융부채의 원금 상환부담까지 합친 총 금융부채 상환부담 평가지표를 도입할 계획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DSR지표를 통해 대출받는 사람의 총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평가하기로 했다.
당국은 이같은 대책을 시행함으로써 대출받는 사람의 상환부담과 연체위험 감소,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상환능력 평가를 위주로 한 금융회사의 대출관행 선진화와 건전성 관리 등 경제 전체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했다. 은행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가계부채 대책 제대의 개요 등을 쉽게 설명하는 '대화식 자동안내 코너'(가칭)을 운영할 예정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금리인하에 따른 대출수요 확대 등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동안 당국의 대응노력으로 금리상승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빚은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것'이라는 바람직한 금융관행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 "정부는 냉탕 온탕 식의 직접 규제보다는 빚은 상환능력 범위내에서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다는 일관된 원칙하에 가계 부채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명수 한경닷컴 증권금융 전문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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