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상장사가 품은 저축은행 무리한 M&A자금 대출 '논란'

입력 2015-12-14 13:17  

이 기사는 12월11일(04: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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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가 인수한 저축은행이 자금력이 거의 없는 회사들의 상장사 인수·합병(M&A) 에 거액을 잇따라 대출해줘 논란이 되고 있다. 인수할 주식 대분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빌려주는 등 무자본 M&A와 경영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저축은행은 2012년 코스닥 상장사 텍셀네트컴이 인수한 저축은행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상호저축은행은 지난달 상장사 씨앤비텍을 인수한 건강기능식품업체 원기산삼에 주식을 담보로 60억원을 대출해줬다. 원기산삼 측은 회사를 인수할 자금이 부족하자 인수할 씨앤비텍 주식 200만1주 중 200만주(96억원 상당)를 담보로 은행에 맡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곧 인수할 주식을 일부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는 경우는 많아도 100% 가까이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사업 진행이나 주가 향방에 따라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자본 M&A 논란으로 경영권 논란을 빚고 있는 또다른 상장사 엔에스브이의 경우에도 새 최대주주가 인수할 주식을 담보로 세종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북경면세점사업단은 자본금 100만원으로 자기 자본이 거의 없는 국내 신생 회사다. 이 회사는 엔에스브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 주식 100만주에 질권을 설정, 26억원을 차입해 인수자금 등으로 썼다. 이후 면세점 사업을 소재로 주가는 급등했으나 대표이사가 새 최대주주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양측간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이외에 또 다른 상장사인 가희도 새 최대주주인 제이알파트너스가 주식 24만주를 확보한 뒤 20만주를 세종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대출했다.

이같은 무리한 자금 대출은 무자본 M&A를 부추기는데다 반대매매 우려도 있어 주주들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보로 잡은 주식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은행 측에서 담보권을 실행, 반대매매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가 한번에 바뀌고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사 피에스엠씨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했던 투자사 리차드앤컴퍼니의 경우에도 지분 확보를 위해 세종저축은행에서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지면서 결국 보유 지분 12%중 7%가 반대매매됐고 리차드 측은 인수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바뀐 뒤 신사업 투자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한 것은 아니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상장사들이 잇단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텍셀네트컴은 최근 또다른 저축은행인 공평저축은행을 제 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또 다?상장사 핫텍의 경우 지난 10월 말 120억원을 투자해 유니온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고 대주주 적격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핫텍의 경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올해 사업 다각화를 위해 회사 여러 곳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부채 규모가 급증해 '무리한 인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 회사에 대한 무리한 대출이 일어나거나 회사의 이익을 위한 '사금고화' 될 수도 있다"며 "비금융 회사의 저축은행 인수는 적격 심사가 보다 꼼꼼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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