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교토기업] 일본전산·무라타제작소 "거절해도 주문 계속 들어와"

입력 2015-12-15 17:40  

교토 대표기업들 사상 최대 실적 행진

자동차·스마트폰용 첨단부품 세계시장 장악
글로벌 불황에도 단가 오히려 뛰어올라
18개 제조업체 평균 이익률 10% 달해



[ 도쿄=서정환 기자 ]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겠습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부품 사업을) 앞으로 수천억엔대로 키울 겁니다.”

교토 기업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전자부품업체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2015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기업설명회(IR)에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2020년 매출 2조엔(약 19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이번 회계연도에 역대 최대인 900억엔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다른 전자부품업체 무라타제작소의 무라타 쓰네오 사장도 IR에서 “스마트폰 초소형 부품 시장의 성장은 향후 2~3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2015 회계연도 순이익 전망치를 전년 대비 20.5% 증가한 2020억엔으로 올려 잡았다. 교토 기업들의 ‘거침없는 질주’에 일본 재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산요화성 등 사상 최대 이익

대신증권에 따르면 대형주 위주인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매출 1000억엔(약 9400억원) 이상 18개 기업 중 4곳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4곳 중 일본전산과 무라타제작소는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고, 속옷 업체인 와코루홀딩스와 기저귀 재료인 고흡수성수지(SAP)를 생산하는 산요화성공업이 새로 가세했다.

일본전산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5874억엔, 영업이익은 19.7% 늘어난 622억엔을 달성했다. 하야후네 가즈야 일본전산 자동차사업 담당 전무는 IR에서 “참치가 주변에서 거침없이 헤엄치고 있지만 어부는 3명밖에 없다. 거절해도 다시 주문이 들어올 정도”라고 비유하며 자동차 부품 업황을 전했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세계 1위 업체인 무라타제작소 역시 “업계 전체적으로 가격인하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초소형 부품에서 경쟁력이 있는) 우리 제품의 단가는 오히려 상승했다”고 실적 호전 배경을 설명했다.

무라타제작소는 상반기에 1000엔어치를 팔면 249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24.9%에 달한다. 롬(12.4%)과 일본전산(10.6%)도 10%가 넘는 이익률을 올리는 등 18개 제조업체의 평균 이익률이 10.1%에 달했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도쿄증권거래소 1부 소속 38개 교토 기업 중 시마즈제작소 무라타제작소 일본전산 옴론 등 11개사가 올해 사상 최고 주가를 깼다. 시마즈제작소는 65.3%(11월30일 기준) 급등했고, 닌텐도 무라타제작소 닛신전기 스크린홀딩스 일본신약 등도 30% 이상씩 올랐다.

◆시장지배력으로 높은 수익성

교토 기업이 잘나가는 요인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있다.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를 목표로 하는 ‘모노즈쿠리(장인 정신)’가 유난히 강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양한 사업 확장이라는 ‘유혹’에 굴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분야를 파고들다보니 유행을 따르는 조립제품보다 꼭 필요한 부품·소재 쪽에 강한 기업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옴론 창업자의 삼남인 다테이시 요시오 교토상공회의소 회장은 한 일본 언론매체 기고에서 교토 기업의 경쟁력으로 ‘지식 인프라’를 꼽았다. 독자적 기술을 가진 장인이 많이 있는 데다 ‘대학촌’이라 불릴 정도로 교토 시내에만 40여개 대학과 10여개 연구기관이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교토대는 일본 최초(1949년)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 교수(물리학)를 비롯해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교토 기업 간 교류가 활발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교토 경제클럽’ 같은 최고경영자 모임뿐 아니라 부서장이나 관리자급 간 교류도 많다. 다테이시 회장은 “재계 수장들의 모임이 여럿 있는데 이런 모임에서 활발한 정보교환이 이뤄질 뿐 아니라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말했다.

교토=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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