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리엔' 면세점 입점 1년 만에 420만통 팔려
아모레 샴푸 '려 자양윤모', 중국 광군제 하루에 5만통
러·인도네시아 신흥시장서도 인기
[ 임현우 기자 ]
“금산인삼이라는 한국의 귀한 약재로 만든 한방 샴푸입니다. 머릿결에 풍부한 영양성분을 공급해주죠.”
지난 11일 인도네시아 레젤 홈쇼핑에 등장한 ‘댕기머리 진기샴푸’의 첫 판매 방송. 샴푸·트리트먼트·에센스 등을 묶은 한 상자를 58만루피아(약 5만원)에 내놨는데, 500세트가 금세 다 팔렸다. 댕기머리 판매업체인 두리화장품 관계자는 “현지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비싼 편인데도 반응이 좋아 다음달 두 번째 편성이 확정됐다”고 했다.
‘화장품 한류’에 이어 ‘샴푸 한류’가 일고 있다. 한약재를 쓴 한국산 고급 샴푸가 해외에서 주목받으면서 국내 업체의 수출 실적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화장품에서 시작한 K뷰티 열풍이 헤어케어, 보디케어 등 생활용품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11월 샴푸 수출액은 9004만달러를 기록해 연말까지 총 1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전체 수출액(6221만달러)보다 45% 많고, 2013년(4042만달러)에 비해선 두 배 넘게 뛰었다. 샴푸는 2년 전만 해도 매년 2000만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적자를 봤지만 올해는 흑자로 돌아섰다.
샴푸 한류의 중심은 중국으로, 전체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7월 고가의 탈모 예방 샴푸인 ‘려 자양윤모’로 백화점에 진출했다. 지난달 11일 광군제 때는 하루 동안 샴푸 5만통을 판매해 655만위안(약 11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생활건강의 ‘리엔’은 올초 국내 면세점에 입점해 지난달까지 420만통가량을 팔았다. 홍삼·석류·구기자 등의 원료를 아홉 번 찌고 말리는 ‘구증구포(九蒸九曝)’ 방식으로 만든 샴푸다. 아모레퍼시픽 ‘려’도 올 들어 면세점 매출이 작년보다 300% 뛰었다.
이종원 LG생활건강 홍보부문장은 “중국인들은 모발의 영양분이 빠져나간다 여겨 머리 감기를 꺼렸다”며 “귀한 한방 성분을 강조한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이 올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매출을 분석한 결과 작년까지 매출이 극히 적었던 헤어케어 용품이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다. 한방샴푸는 물론 헤어에센스, 염색약, 트리트먼트 등의 판매가 급증했다. 한국 여성 연예인들의 ‘앞머리 연출법’이 중국에서 유행하면서 ‘유닉스 고데기’ 같은 헤어가전까지 慣綬薦見?하고 있다.
신선혜 올리브영 상품기획자(MD)는 “마스크팩과 스킨케어 제품 일색이던 요우커 인기 상품에서 헤어제품이 K뷰티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생활용품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을 큰 기회라며 반기고 있다. 두리화장품은 최근 중화권 외에 인도네시아, 러시아, 이란, 미얀마 등 신흥시장에도 진출한 데 힘입어 수출 실적이 지난해 39억원에서 올해 74억원으로 90% 뛰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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