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이야기 공모 통해 한국 12편·중국 8편 선정
한국 작품 6편 우선 공동제작…내달 3편 추가 계약
[ 김보영 기자 ]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재료인 ‘이야기’부터 한국과 중국이 함께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중국 장쑤(江蘇)방송그룹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 국가신문출판방송위원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한·중 스토리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총 180억원의 제작 투자를 받은 세 개 작품이 나왔다. 내년 촬영을 시작하는 이들 작품의 성공적인 제작을 위해 앞으로 양국 기업이 긴밀히 협의한다.
◆“판권·리메이크 합작으로는 한계”
16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한·중 스토리 공동개발 콘퍼런스’에서 매크로그래프·해그림, 크리스피,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등 4개 국내 기업은 각각 국제영화방송문화매체유한회사(애드스타), 베이징스광페이위(時光飛漁)문화매체유한공사, 베이징량유(良友)문화미디어유한공사 등 3개 중국 기업과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컴퓨터그래픽(CG) 전문기업인 매크로그래프와 콘텐츠 제작사 해그림은 애드스타와 영화 ‘극한직업’을 공동 제작하기로 하고 90억원의 투자계약을 맺었다. 세 기업은 범죄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의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다. 한국 CG기업이 영화제작 분야로 영역을 확대한 첫 사례다.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 크리스피는 스광페이위와 중국 5대 스토리 개발 소재 중 하나인 ‘팬더’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담장 넘어 우주로 간 팬더왕’을 60억원의 제작비로 만든다.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에서 주목받는 장르인 스포츠 다큐멘터리 ‘이미 시작된 승부’를 30억원의 예산으로 량유미디어와 제작한다. 소재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다.
한경과 장쑤방송그룹은 소재 개발 단계부터 양국이 협업해 완성 문화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뜻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간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국내 작품의 판권을 중국에 팔거나 이미 만들어진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중 양국이 작품을 공동 제작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야기 단계부터 함께 발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징 골든하베스트미디어 사장은 “더 이상 시청자에게 내세울 수 있는 신선한 소재가 없고 방송 형식(포맷) 수입과 리메이크에도 한계가 있다”며 “한국에 원하는 것은 ‘원천 스토리’의 공동 기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다큐멘터리 시대 왔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방송 애니메이션 뉴미디어 등 세 개 분과에 걸쳐 한·중 문화콘텐츠 공동 제작 방향을 논의했다. 방송 분과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르는 다큐멘터리였다. 중국 다큐멘터리 시장은 지난 3년간 연평균 약 130%씩 성장해 왔다. 예능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고 판단한 중국 방송위원회가 2013년 10월 각 위성 TV에 프로그램 다양화를 요구하며 의무적으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편성하라고 지시해 수요가 급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다큐멘터리를 통해 중국의 국격을 올리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징 량유미디어 부사장은 “중국 문화콘텐츠 업계에서 ‘드라마의 시대는 갔고, 예능은 정점을 찍었으며, 다큐멘터리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가 돈다”며 “싼둬탕(三多堂)미디어의 ‘대국굴기’ ‘기업의 힘’ 등 한국에도 알려진 다큐멘터리처럼 품질이 좋은 ‘고급 다큐’를 찍자는 논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인터넷TV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JTBC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상하이동방위성TV 시청률이 1.5%지만 중국 인터넷 방송 아이치이(愛奇藝)에서의 조회수는 8억회에 달한다. 허이(合一)그룹은 한 달 평균 방문자 수가 5억명에 달하는 동영상 플랫폼 유쿠투더우를 갖고 있다. 딩헝 허이그룹 부회장은 “유쿠투더우는 접속하는 사람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뽑아내고, 이를 분석해 이야기에 반영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뉴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프로그램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아동용 프로그램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진다융 베이징 옌청스웨(燕城十月)문화미디어 대표는 “중국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며 “한국 애니메이션 기업이 뽀로로나 라바처럼 캐릭터를 활용한 원소스멀티유스(OSMU) 전략을 중국에서 펼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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