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수도권 규제법 손질…기업들 투자유치 지원
연천·포천 등 접경지역 수도권 범위서 제외
대학 이전도 선별 허용
수출공장 설립 쉽게 항만 배후지 규제 풀어
[ 조진형/이현일/김주완 기자 ]
정부가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 수도권 입지 규제 개선안을 담은 것은 일부 수도권 낙후지역의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획일적인 수도권 규제 탓에 연천, 양평, 동두천, 포천 등 경기 동북부 접경 지역은 공장이나 대학 등을 유치하지 못한 채 30년 이상을 버텨왔다. 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 지역 일부도 수도권 규제에 묶여 수출에 유리한 지리적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 낙후지역 1위는 연천
수도권 규제는 핵심법안인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비롯해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군사시설보호법’ ‘팔당특별대책지역’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특히 1982년 제정된 수정법은 서울과 경기, 인천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공장 신설이나 대학 유치 등을 제한했다.
경기 동북부는 수도권 규제의 역차별을 받은 대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에서 연천군을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꼽았다. 연천은 전국 순위에서 강원 횡성군보다도 뒤처져 있다. 이 지역은 수정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된 데다 60여년간 군사 규제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 유치도 전혀 없어 규모 있는 공장 자체를 보기 어렵고, 인구 밀도도 과도하게 낮다. 강원 접경 지역에 있는 양평군과 가평군이 연천 다음으로 낙후한 곳으로 평가됐다. 자연보호권역으로 묶여 있는 이곳은 ‘6만㎡ 이하’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산업단지를 지을 수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다른 법과 얽혀 있어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공장·대학 규제 선별적 완화
정부는 수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계획이다. 현행 시행령에선 수도권 범위를 서울, 경기, 인천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연천, 동두천, 포천 등 경기 동북부 접경 지역 중 일부 낙후지역을 수도권 예외 지역으로 명시하는 방식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경기 동북부 낙후지역 가운데 어느 곳을 수도권 범위에서 제외할지는 구체적인 기준을 통해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경기 화성만 해도 땅값이 평당 200만원에 달해 경기 동북부 지 た?공장 부지를 알아보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일부 지역이 수도권 범위에서 제외되면 역차별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내 대학 이전의 길도 넓혀줄 방침이다. 과밀억제권역이나 성장관리권역과 달리 자연보전권역에는 수도권에 있는 4년제 종합대학과 산업대학 이전이 금지되고 있다. 가평 양평 여주 광주 이천 등에 종합대학이 하나도 없는 배경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4년제 대학의 자연보전권역 이전을 허용하는 쪽으로 수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2013년 입법예고했지만 지방의 반대로 하루 만에 국무회의 심의를 보류했다.
인천항 부근 공장 신·증설 허용
인천도 공항이나 항만을 중심으로 공장 신·증설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인천신항이나 남항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돼 있는 반면 인천항은 과밀업종권역으로 분류된다. 서울 수원 성남 등이 속하는 과밀업종권역에는 사실상 공장을 새로 지을 수 없다.
인천항에 고작 다섯 개의 소규모 컨테이너 터미널밖에 없는 것도 이 같은 수도권 규제의 영향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이 반경 50㎞의 대단위 배후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끝장토론에서 심충식 선광 부회장은 “연간 수출물량 183만대 가운데 3분의 2가 반조립(CKD) 상태로 컨테이너에 실려 수출되는데, 만약 항만 배후부지에서 부품이 생산된다면 훨씬 저렴한 원가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항만 지역에 수출입 상품과 관련된 공장 설립이 쉽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수도권정비계획법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분산하기 위해 1982년 12월 제정된 법률. 수도권 정비와 국토 균형 발전이 목적이다. 수도권 내에서는 다른 법령에 의한 계획보다 우선 적용된다.
조진형/이현일/김주완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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