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37곳 156억 빚 떠안아
카드사·신보 등도 큰 피해
[ 마지혜 기자 ] 서울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을 이용해 돌려막기로 매출을 부풀려 거액의 대출을 받은 30대 청년 창업가들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과도한 욕심에 눈먼 이들이 금융회사와 상인들에게 입힌 피해가 340억원에 이른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손준성)는 사기 혐의로 정모씨(34)와 한모씨(39)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모씨(32)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는 명문사립대 출신으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소설책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를 차리고 단편소설집을 내면서 ‘괴짜 천재’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식자재 유통 벤처회사를 세웠다. 서울 서교동에 작은 사무실을 내고 시작한 사업은 품질과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아 나날이 성장했다.
김씨는 이듬해 1월 사무실을 역삼동으로 이전하고 컨설팅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11월 벤처기업이 밀집한 구로디지털단지로 사무실을 이전하고 올해 1월 한 마케팅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올해 1분기 이 회사의 매출은 2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과도한 욕심이 화근이었다. 그는 같은 청년 창업가로 친분이 있는 정모씨와 짜고 작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수억원을 투자해주고 물품 거래도 문제없이 해주겠다”며 용산전자상가에서 급전이 필요한 중소업체를 꾀어 업체들의 계좌 운용 권한을 넘겨받았다. 이 같은 계좌를 허위 거래처로 이용해 제품 유통 없이 거래대금만 서로 넘겨받는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 매출을 일으켰다.
이를 근거로 한 대형 카드사와 SGI서울보증,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 카드사와 국책보증기관 등이 기업의 원활한 물품 거래를 돕기 위해 매입처가 매매처에 내야 할 대금을 일정 기간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이 같은 허위 거래를 지속할 수 없게 되자 계좌의 주인인 중소상인들이 대금을 갚아야 할 상황이 됐다. 이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서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신보와 SGI서울보증은 8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었고 카드사도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계좌 운영권을 넘긴 용산상가 업체 37곳도 카드대금을 떠안으면서 156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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