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고객감동 방송광고] 병원 찾아온 인터넷 조급증…의사 처방전엔 "올레 GIGA 인터넷"

입력 2015-12-17 07:03  


얼마 전, 스마트폰이 인간의 기억력을 감퇴시킨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다. 스마트폰 하나에 전화번호나 길 찾기 같은 단순 기억요소는 물론 인터넷이 통째로 연결돼 있다 보니 사람들이 스스로 뭔가를 기억해내려는 습관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은 저서 《언론의 저주를 깨다》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인간 두뇌의 우월성은 기억력이 아닌 창의력과 종합적인 사고력, 문제 해결능력 등에 있으며, 이제 우리는 단순작업은 컴퓨터에 맡기고 고차원적인 두뇌 능력을 활용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겪는 가장 큰 불만요소 중 하나, 인터넷 속도와 관련된 문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혹자는 예전보다 인내심과 뚝심, 큰 의미에선 ‘삶의 여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곳에 써야 할 시간을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데 쓸 수 있기에 인류의 문명은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KT 올레가 선보인 새 인터넷 서비스 ‘올레 기가 인터넷’은 바로 이 ‘인터넷 속도’와 관련된 상품이다. 올레 기가 인터넷은 초광대역 가입자망 기술을 이용, 가입자에게 100Mbps를 초과해 최대 1Gbps 속도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10배 속도다. 이와 함께 WiFi 속도도 3배, 올레TV UHD 화질도 풀 HD보다 4배 더 선명하게 제공된다.

이 같은 서비스를 방송CF 차원에서 소화하려 할 땐 과연 어떤 식으로 홍보해야 할까. 답은 나와 있다. 스마트폰이 ‘기억력의 감퇴’라는 입장에서 우려를 샀다면, 인터넷 속도에 대한 불만은 ‘조급증’이라는 우려의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게 올레 기가 인터넷 ‘처방전’ 편이다.

CF가 시작되면 심리상담 전문의로 분한 배우 류승룡이 환자의 증세를 묻는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환자가 답한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답답하고 화가 나요.” 그러자 류승룡은 뻔히 알고 있는 증세인 양 환자의 증세를 넘겨짚어 가며 묻는다. “영화 다운받는 동안 기다리기 힘들죠? 쇼핑할 때 사진이 바로 안 떠서 짜증나고, 용량이 큰 파일을 올릴 때도 답답하고, 게임할 때 렉이 걸려 울화가 치밀고.” “맞아요, 선생님.”

그럼 진단은 역시 ‘조급증’, 의사의 처방은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고, 삶에 여유를 가져라’일까. 그렇지 않다. 조급증은 나쁜 것이 아니다. 특히 기술과 관련된 조급증은 더 그렇다. 그런 조급증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문명을 앞당겨왔다. 류승룡의 입에서 떨어지는 처방도 ‘참아라’가 아니다.

류승룡은 처방전에 “올레 GIGA 인터넷”이라고 적어준다. ‘참지 않아도 되는 기술 진보의 새 상품’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 뒤 상품 위로 자막이 뜬다. ‘10배 빠른 기가의 속도’.

인간의 오랜 습성이나 전통이 기술적 진보와 충돌해 갈등을 일으키며 점차 변화해나가는 상황에서 현재 세태와 맞지 않는 오래된 가치관에 적응하려 애쓰며 딜레마를 겪을 필요가 없다는 것, 기술적 진보가 당신의 딜레마를 해결해주리란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욕망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너의 욕망을 당당히 말하면, 기술은 곧 너의 욕망을 해소해주리라는 메시지다.

단순하고 소박한 CF는 기술상품으로서 가장 근본적으로 제시돼야 할 메시지를 지극히 정공법적인 방식으로 풀어 보여주는, 이른바 ‘모범적인’ CF인 셈이다.

이문원 < 대중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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