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훈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부동산 업역 칸막이 없애 타산업과 융·복합 서둘러야"

입력 2015-12-17 07:06  

인터뷰

부동산 산업비중 7% 불과
미국 10%·일본 12%에 크게 못미쳐
국내 부동산 종사자 41만 달해도 제대로 된 부가가치 창출 못해

부동산 관련 비즈니스 취약
임차인·임대인 안전 거래 중개 '에스크로 서비스' 미비

실무능력 강화 서둘러야
필기시험만으로 자격증 발급…재교육 없고 서비스 제자리



[ 홍선표 기자 ]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제조업의 쇠퇴로 경기가 침체에 빠졌을 때 부동산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해 경제 성장의 불길을 댕겼던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도 고급 서비스업종인 부동산산업을 육성해 경제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오동훈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은 “한국 부동산시장이 여태껏 겪지 못했던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과거 ‘묻지마식’ 투기 대상으로 여겨졌던 부동산이 이제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운용 상품으로 자?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부동산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관련 산업과 금융, 정보기술(IT) 등 여러 산업 분야의 융복합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임대, 주택관리, 중개, 감정평가, 개발 등으로 엄격하게 구분된 산업 내 업역 칸막이를 먼저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는 지난 7~8일 국토연구원과 함께 ‘부동산산업 발전방안 및 미래전략 종합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를 비롯한 11개 부동산 관련 학회가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1967년 건국대 학부 야간과정으로 국내 최초의 부동산학과가 설립된 뒤 관련 학회가 모두 참가하는 통합 학술대회가 열린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400여명이 참가한 콘퍼런스에서 가장 심도 있게 논의된 주제는 산업 내 융합을 통한 국내 부동산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이었다. ‘월드인풋아웃풋데이터베이스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부동산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했다. 프랑스(14.4%) 일본(12.8%) 독일(11.8%) 미국(10.3%) 등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오 회장은 “국내에는 일본의 레오팔레스21, 모리빌딩과 같이 개발부터 임대·관리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을 벌이는 종합부동산회사가 없다”며 “국내 부동산산업은 관련 종사자가 41만명에 달할 정도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만 법과 제도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 보편화된 부동산 晥?비즈니스 가운데 아직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를 오가며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에스크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에선 전체 부동산산업에서 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대에 불과해 미국(53.6%)과 일본(42.8%)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라며 “민간 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될수록 ‘이중계약’으로 인한 피해와 각종 법적 다툼을 막기 위해 에스크로 서비스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회장은 “부동산산업이 고급 서비스 업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업계 종사자들의 실무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격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격증 대부분이 필기시험만으로 발급되고 자격 취득 이후 능력 향상을 위한 재교육이 전무한 탓에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선 같은 부동산 중개업자라도 주거·산업·업무시설 등 자기만의 전공 분야로 자격증을 발급받고 일정 기간의 실무 경험을 쌓아야만 더 높은 수준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미국 대학에서 부동산학을 공부한 1세대 학자로 꼽힌다.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주택은행 조사부에 근무하며 부동산 감정평가 경험을 쌓았다.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부동산학 석사 학위를, 오하이오주립대에선 도시계획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주택학회장과 한국도시행정학회장을 지내는 등 부동산과 도시계획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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