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광고’ 하면 ‘여행에의 초대’가 자동 연결된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그때, 캐나다가 나를 불렀다’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 ‘러시아 여행자 클럽’ 등 ‘지구별 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낭만과 유혹의 광고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본업이 지역, 화물, 사람의 단순 이동을 넘어 여행자의 자유로운 꿈을 위해 날개를 펴는 것이라고 인식시켜 왔다.
전체적인 콘셉트를 ‘지구 구석구석, 나만의 비경을 찾아가는 여행 초대’로 잡은 대한항공은 옴니버스 단편 영화처럼 각 나라 도시를 시리즈로 소개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나 자연을 아름답게 담아내 매 장면을 정지시켜 인화한 뒤 내 방의 세계지도 속에 꽂아두고 싶게 했다. 힘차거나 편안한 배경음과 내레이션을 적절히 활용하고, 경제적인 편집으로 그 나라에 대한 매력적인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 ?있는 광고는 대한항공이란 글자와 로고 노출은 극도로 절제함으로써 이처럼 멋진 나라를 여행하는 데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겸손한 메시지만 전했다. 그래서 대한항공 광고를 볼 때마다 행복한 미소를 날리는 화면 속 여행자가 바로 나라면 좋겠다는 상상을 펴곤 했다.
지난 9월부터 선보인 호주 여행 시리즈, ‘내 마음 속엔 호주가 온-에어(ON-AIR) 되고 있다’ 역시 위의 광고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도국가 한국에서만 살아온 이들에겐 상상조차 힘든 광활한 땅부터 이국적인 자연 풍광과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야생 동물과 해양 생태, 그 속에서 즐기는 다양한 레포츠, 와인과 클래식 음악이 함께하는 격이 있는 휴식까지 호주에 대해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
호주 여행 시리즈 8편이 기존 시리즈들과 다른 점은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예고편을 보여주는 것처럼 연출했다는 것이다. 좌측 상단에 잠깐 비추다 사라지는 ‘Korean Air’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면 광고라는 걸 모르고 광고를 보게 된다. ‘바이런 베이의 스카이 다이빙’ 편은, 호주 지도 로고 안의 ‘호주 TV’란 글씨, 나란히 제시되는 ‘레포츠 ch’, 그리고 “Next 곧 이어 골드코스트 하이라이트가 방송됩니다”라는 자막과 멘트로 시작된다. ‘호주 TV 방송사의 레포츠 채널에서 제공하는 골드코스트 관련 다큐멘터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시청하게 된다.
베이런 베이의 스카이 다이빙,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배럴 瓚絹? 마리나 마리지의 플라이 보드를 즐기는 장면이 리듬감 넘치는 연주곡과 함께 역동적으로 편집된다. “지금까지 레포츠의 천국 골드코스트였습니다”라는 멘트까지 듣고 나면, 짧은 시간 안에 골드코스트 인근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를 다 담아냈다는 감탄을 하게 된다. 이어 호주가 더 궁금하다면 travel.koreanair.com을 찾으라는 자막과 손으로 쓴 듯 친근한 글자체의 ‘내 마음 속엔 호주가 온-에어(ON-AIR) 되고 있다’를 읽는 따뜻하고 촉촉한 여성의 음색이 마음에 와 박힌다.
대한항공 광고임을 알리는 표식은 좌측 하단에 살짝 놓인다. 골드코스트 위치를 표시한 조그만 호주 지도와 시드니, 브리즈번 11회 운항이란 글씨가 전부다. 도입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호주로 여행하고픈 여러분을 위해 레포츠 정보를 전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이어 대한항공 광고의 장수 마침표인 “Excellence in Flight Korean Air”가 중년 남성의 발음으로 내레이션 된다.
“어느새 끝났어?”라며 아쉬움을 느꼈다면 ‘내 마음 속엔 호주가 온-에어(ON-AIR) 되고 있다’ 시리즈를 마저 찾아보자. ‘와인 채널’ 편에서는 컬트 와인의 성지 맥라렌베일의 전경을 열기구 피크닉이나 오페라 공연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며, 색다른 와인 사랑법을 황금 색감과 와인 색감으로 전한다.
명소를 점찍고 오는 관광이 아닌, 각자의 취미나 관심사에 따라 호주 구석구석을 몸으로 체험하고 오라는 초대장에 다름 아닌 ‘내 마음 속엔 호주가 온-에어(ON-AIR) 되고 있다’ 시리즈. 2010년 방영된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CF 시리즈의 업데이트 편이자, 호주 여행 초대의 결정판인 30초짜리 단편 영화들이다.
옥선희 < 영화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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