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 교수 "북한에도 IT바람…학생들 SW창업 돈벌고 싶어해"

입력 2015-12-17 18:34   수정 2015-12-23 13:25

북한 대학생 가르치는 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 교수

영어로 수업 '북한판 KAIST'
580여명 재학, 지난해 첫 졸업생
1년중 6개월 평양에 머물며 강의



[ 박근태 기자 ] “내년 초 평양 쑥섬에 문을 열 ‘과학기술전당’에는 가상현실(VR) 체험실이 들어섭니다. 학교에서 쌓은 실력으로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는 청년도 많습니다.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과학기술로 뚫고 나가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 교수(전 포스텍 총장·사진)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2~3년 새 북한의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환경이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일까지 평양에 머물던 박 교수는 18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평양과기대와 북한 변화’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김진경 현 총장과 함께 2009년 평양과기대 설립을 이끌었고 지금은 교수로 북한 대학생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북한 교육성 요청에 의해 국내와 미주지역 한인 교수, 동포들의 기부로 설립된 북한판 KAIST다. 서구식 공학과 경영학, 의학을 영어로 가르친다. 학부생 500명, 석사과정 80명, 박사과정생은 7명으로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박 교수는 평양과기대를 비롯해 북한 사회가 최근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고 했다. 2010년 문을 열 때부터 평양과기대 대학원생에게 인터넷 접속을 개방했던 북한 당국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대 대학원생에게도 연구 목적의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평양과기대 학생 대부분이 노트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박 전 총장은 전했다.

박 교수는 갑자기 양복 윗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부스럭거리며 뭔가를 찾아 앞에 내보였다. 그가 내민 스마트폰에는 평양과기대 제자가 설계한 카메라 인식형 사전 앱(응용프로그램)이 깔려 있었다. 북한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아리랑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북한에서 IT를 배운 학생 모두가 해커라는 생각은 선입견입니다. 프로그래밍에 뛰어난 자질을 지닌 학생의 상당수가 소프트웨어로 해외 시장에 나가 돈을 벌고 싶어합니다.” 박 교수는 평양의 제자들과 전력 사정이 어려운 북한 실정에 맞는 태양광 조명 장치를 개발하고 ‘에노비전’이란 이름으로 교내 창업까지 했다.

박 교수는 막대한 통일비용을 줄이려면 북한 경제가 어느 수준으로 올라와야 하고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팔순인 그는 그래서 지금도 1년의 반을 평양에서, 나머지 반은 한국과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지낸다. “‘5·24 조치’ 이후 한국 국적의 교원은 평양과기대에 근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유능한 젊은 제자들이 자유롭게 왕래玖?제 역할을 대신할 때까지 평양에 머물 계획입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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