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가장 느슨한 긴축…불확실성 해소"
미국 2년물 국채금리 1% 넘었지만 증시영향 미미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도 0.1% 상승 그쳐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결정에 주요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자 외신들은 “시장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우려됐던 강(强)달러 공포도 금리 인상이 점진적일 것이라는 온건한 성명서가 잠재웠다.
◆‘예고된 악재’ 해소에 증시 상승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뒤 열린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올해 마지막 FOMC 회의가 시장 기대에 부합해 ‘소폭 인상-온건한 성명서’라는 이상적인 조합으로 끝난 데 따른 안도감이 랠리를 이끌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7일 1.59% 오른 19,353.56에 마감했다. 전날 19,0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올랐다. 장중 한때 2.4% 오르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개장 초반부터 강한 상승세로 출발, 1.81% 오른 3580에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0.43%(8.56포인트) 상승한 1977.96에 장을 마쳤다. 오랫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해소된 덕에 장중 1987.83까지 뛰기도 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고된 악재가 사라진 것에 시장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말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오후 2시(현지시간) FOMC 성명서가 나온 직후 상승 폭이 커졌다. 다우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1.28%(224포인트) 급등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45%와 1.52% 올랐다. 미국 투자회사 헌팅턴웰스 앤드 인베스트먼트의 존 어거스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외신에 “이날 FOMC 회의 결과는 산타클로스 성명”이라며 환호했다.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2010년 4월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1%를 넘었지만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强달러 공포도 누그러져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FOMC 결과가 나온 직후 98.4포인트에서 97.7포인트로 급락했다. FOMC 성명서 내용이 강력한 달러를 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강달러에 대한 베팅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이후 다시 반등했지만 전날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그동안 골드만삭스 등 일부 투자은행(IB)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 달러화 가치가 급등해 유로화와 미 달러화의 교환비율이 1 대 1이 되는 ‘등가(等價, parity)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이날 미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0.1%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국제유가는 5%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 ?인상의 영향은 미미했다. 재고량 증가 소식에 따른 영향이 더 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4.90% 떨어져 배럴당 35.52달러까지 밀렸다. 북해산 브렌트유 1월물도 3.28% 하락한 배럴당 37.19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 하락은 미국석유협회(API)가 발표한 주간 재고가 애초 감소했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230만배럴 증가한 것으로 나오면서 장 초반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오후에 나온 FOMC 결정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
뉴욕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한국물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변화가 없었고,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거래되는 원·달러 환율도 일시 상승(원화가치 하락) 후 다시 하락해 달러당 1178원대에 거래되며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고문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역사적으로 가장 느슨한 긴축의 첫 단추를 끼웠다”며 “시장에 확신을 주기 위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BNP파리바도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시장의 컨센서스를 그대로 따르며 부드러운 상승을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