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그린필드 지음 / 이한음 옮김 / 북라이프 / 432쪽 / 2만2000원
[ 김보영 기자 ]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2011년 실린 논문 ‘기억에 대한 구글 효과’에는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학생 168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타조는 눈이 뇌보다 크다’와 같은 단순한 문장을 읽었다. 연구진은 실험 전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그 문장들을 다시 찾아볼 수 있다고 미리 말했고, 다른 한 집단에는 문장이 지워졌다고 했다. 정보를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문장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과학 저널리스트 존 보해넌이 지어낸 말인 ‘구글 효과’는 인터넷이 기억 저장소가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오늘날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두 성인이 만난다면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 등에 대해 서로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미래에도 그런 전제를 깔고 대화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땐 외부에서 참고자료를 찾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생각을 전개할 공통의 틀이 없을 수도 있어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단순히 생활을 ‘편리하고 빠르게’ 바꾼 게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불러온 생태계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생활을 보급하고 있다. ‘매체가 곧 메시지’라고 얘기한 마셜 매클루언의 말대로다. 영국 옥스퍼드대 링컨칼리지 선임연구원이자 생명공학 기업 뉴로바이오 대표인 신경과학자 수전 그린필드는 이 같은 디지털 시대의 뇌 변화를 《마인드 체인지》에 담았다.
“사람들이 내 존재를 잊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울컥한다. 내가 모임이나 휴가지에 갔는데 페이스북에 그 내용을 올리지 않았다면 그 일은 과연 일어난 것일까.” 2011년 웹사이트 ‘생각 목록’에 올라온 글 한 토막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친구들 간 소통을 쉽게 했지만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정체성은 더 이상 내면화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긴밀한 연결 속에서 외부적으로 실재화한다.
미국 클라우트(Klout) 같은 회사는 이런 정체성의 변화를 부추긴다. 이 회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개인의 온라인 사회관계망 규모와 내용,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온라인 영향력을 알려주는 ‘클라우트 점수’를 매긴다. 이 점수로 온라인 공간에서 특혜를 누릴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다소 부정적이다. 중립적으로 서술하지만 끊임없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미래 인간상에 대한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자극적인 ‘입력’을 기대하며 과거나 미래를 의식하지도 않 ? 오로지 원자화된 순간만을 살아가는 극도로 디지털화된 새로운 인간상이다.
오래전 세상에는 질문이 답보다 많았다. 궁금한 것을 찾기 위해서는 백과사전을 뒤지기 위해 도서관을 직접 찾아야 했다. 오늘날은 질문보다 답이 많은 시대다. 정신분열증의 주된 특징은 환자가 바깥 세계의 감각에 더 치중하며 때로 그런 감각이 폭발적으로 밀려든다고 여기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함에 따라 감각 세계는 인지적 세계에 점차 밀려나지만 정신분열증 환자는 이 전환이 늦다. 디지털화된 세상도 전환을 더디게 할 수 있음을 저자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보여준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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