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상호 의존성' 함정 빠진 G2…불균형 해소해야 공생 가능

입력 2015-12-17 18:57  

G2 불균형

스티븐 로치 지음 / 이은주 옮김 / 생각정원 / 460쪽 / 1만8000원



[ 송태형 기자 ]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무엇일까.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이름을 날린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2개국(G2)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든다. 그는 “21세기 양국 관계의 화두는 ‘협력 아니면 대결’”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로치 교수는 두 나라 관계에서 병리학적 특성을 발견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상호 의존성’의 함정에 빠져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양국을 넘어서 세계 경제를 불안케 하고 있다. 그는 《G2 불균형》에서 두 나라가 어떻게 의존성의 함정에 빠지게 됐는지, 그 결과로 빚어진 불균형이 양국과 세계 경제에 어떤 위기를 초래했는지 설명한다. 이어 G2가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하고 위태로운 의존 관계에서 안정적인 공생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념적 경쟁국이던 두 나라가 경제를 바탕으로 상호 의존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국가의 기원부터 역사, 조직, 이데올로기, 정치체제까지 판이한 두 나라에는 이 시기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성장 우선 정책이었다. 양국 모두 성장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문화대혁명 이후 경제가 도탄에 빠졌던 중국으로선 생존이 걸린 문제였고, 미국으로선 기존의 정치·경제적 패권이 달린 문제였다.

중국은 저비용 생산 시설을 구축함으로써 세계 각국, 특히 미국의 부유한 소비자를 위한 생산자를 자처했다. 미국은 중국의 수출 주도형 생산 모형을 뒷받침할 세계 최대의 수요 기반을 제공했다. 중국은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미국 소비자에게 값싼 제품을 제공했다. 수출해서 번 외환은 자국 통화가치의 급속한 상승을 막기 위해 축적된 달러로 표시된 자산에 재투자했다. 저축이 부족한 미국에는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누리게 하는 저비용 자본의 보고였다.

미국은 소비 주도형 성장 모형을 과도하게 밀고 나갔고 그나마 있던 저축도 자산 및 신용 거품으로 날려버렸다. 그래도 중국의 저비용 생산 플랫폼과 값싼 잉여자본 덕에 불안정한 성장 모형을 계속 지탱했고 소득이 아니라 자산 및 신용 거품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가짜 호황’도 이어졌다. 중국도 수출 주도형 모형을 과도하게 밀어붙였다. 이로 인해 자국 경제에 불균형을 초래했고, 막대한 국제수지 흑자로 국제적 갈등이 심화됐다. 두 나라의 극심한 불균형을 초래한 병리적 의존 관계는 결국 2008~2009년 금융위기와 대침체로 곪아 터졌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뮌?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만성적 경기 침체로 굳어져가는 흐름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는 최대 외부 수요원인 미국에 더는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로치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좀 더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의존 관계가 해체되는 파국적 결말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양국의 시급한 과제는 잇단 경제 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내는 한편 위기 후의 불균형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자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병리적 의존성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해법은 간단하다. 중국은 소비 성장 모형, 미국은 수출·생산 주도 모형으로 전환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는 새로운 공생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중국은 수출과 투자 주도형 성장에서 벗어나 내수를 살리는 경제 전략, 즉 세계의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소비자 중심의 경제를 구축하는 방법은 우선 개인 소득을 늘리고, 중국인들이 늘어난 소득으로 저축보다 소비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부문을 발전시켜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는 한편 퇴직연금과 의료보장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국민의 불안 심리를 줄이고 저축보다는 소비를 늘리는 과정을 이뤄야 한다.

미국은 중국과 정반대다. 저축을 장려하는 한편 과잉 소비를 근절하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 생산자 중심의 경제 전략을 취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수출 증대와 수입 축소가 필수다. 미국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낡은 인프라를 청산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연방정부의 예산 적자와 저축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저자가 보기에 중국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은 지속 불가능한 ‘제조업 주도 수출 모형’에서 벗어나 ‘내수 진작과 서비스업 주도의 성장 모형’을 골자로 기초 경제를 안정화하는 새 전략을 채택했다. 문제는 미국이다. 저자는 구조적 변화를 통한 불균형 해소로 방향을 잡은 중국과 달리 미국은 소비 주도형 성장이라는 케케묵은 카드를 움켜쥐고 여전히 헤매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방향을 전환한 시점에서 계속 ‘소비 파티’에 의존하다가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로치 교수는 “미국은 허울뿐이던 수출 산업의 내실을 다지고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도 역시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자국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미국 정부의 오랜 습성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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