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보다 튼튼한 EQ900…비결은 현대제철의 초고장력 강판"

입력 2015-12-17 19:28   수정 2015-12-17 19:29

현장리포트 - 현대제철 충남 당진 제2냉연공장

EQ900 신차개발 단계부터 현대자동차 ·제철 연구원 협업
압연 공정 6회로 늘리고 급가열·급냉 과정 반복 처리
첨가물·열처리 비율 조절…최적의 초고장력 강판 만들어



[ 강현우 기자 ] 지난 14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제2냉연공장. 40만㎡ 부지에 내부 면적만 15만5000㎡에 이르는 거대한 생산 라인이 돌아가고 있었다. 현대제철은 이곳에서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처음 내놓은 초대형 세단 EQ900의 초고장력강판을 뽑아낸다. 이 강판의 인장 강도는 60~150㎏/㎟이다. 1㎟ 철판에 60㎏ 무게의 힘을 가해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 강판이라는 뜻이다. 일반 자동차에 쓰이는 강판(인장 강도 30㎏/㎟)보다 두 배가량 강하다.

“계열사라서 더 잘 만들 수 있다”

현대제철은 경쟁사인 포스코나 일본 JFE스틸에 비해 자동차용 강판사업에 늦게 진출했다. 포스코는 1970년대 초반에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했지만, 현대제철은 2010년에야 고로(高爐)에서 쇳물을 처음 뽑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강판 품질은 경쟁사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 5년 만에 세계적 痴蔓?강판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정유동 현대제철 응용기술개발팀장은 “안전과 직결되는 강판은 절대 계열사 제품이라는 이유로 써주지 않는다”며 “계열사라서 개발 과정부터 빠르고 유연한 협업을 통해 최적의 강판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고로가 완공되기 전인 2007년 자동차용 강판 연구를 미리 시작해 고로 완공 이듬해인 2011년 60㎏ 이상급, 2012년에는 120㎏ 이상급 초고장력강판 개발을 마쳤다. 2013년 11월 출시된 현대차 제네시스(차종)에는 경쟁사의 초고장력강판이 더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2년 뒤인 지난 9일 나온 EQ900의 초고장력강판은 대부분 현대제철이 공급할 정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민병열 현대제철 응용기술개발팀 차장은 “EQ900은 설계 단계부터 차체 어느 부품에 어떤 강도의 초고장력강판을 쓸 것인지를 놓고 현대차와 현대제철 연구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현대제철 연구원들은 각 부품의 금형을 제작하고 초고장력강판을 그 금형에 맞춰 성형했다. 크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갈라지는 등 불량이 생기면 첨가물과 열처리 과정을 바꿔서 다시 만들었다.

초고장력강판에 들어가는 망간, 티타늄, 붕소, 실리콘 등의 첨가물과 열처리 비율을 조절해 최적의 강판이 나올 때까지 시험을 반복했다.

정 팀장은 “EQ900에 들어가는 200여개의 초고장력강판을 개발하기 위해 수천번의 테스트를 거쳐 시제품을 제작했다”며 “이런 강도 높은 협업은 계열사 관계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 단계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완제품?불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섯 번의 압연과 급속냉각

거대한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려 있던 열연강판은 이 공장에서 ‘불순물 제거→압연·열처리→급속 냉각→아연 도금’을 거쳐 은빛으로 반짝이는 냉연강판으로 탈바꿈했다. 두께 2~3㎜의 열연강판이 이 공장 특징인 ‘6스탠드’ 롤러에서 2700t의 압력을 받아 1.2㎜ 초고장력강판이 됐다. 6스탠드는 일반적인 다른 냉연공장 압연설비가 다섯 번 이하의 공정을 하는 것과 달리 5t짜리 롤러 6개가 여섯 번을 눌러주는 설비다.

6스탠드에서 가공된 강판은 열처리를 위해 연속소둔설비로 보내진다. 8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달궜다가 1초에 100도씩 온도를 낮춰주는 수소냉각로에서 급속 냉각하는 열처리 설비다. 6스탠드가 한 번 더 눌러주고, 급가열·급랭을 반복하는 열처리까지 거치면 강판은 더 유연하고 단단해진다.

인장강도 60㎏/㎟ 이상의 초고장력강판은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EQ900엔 초고장력강판이 51%가량 들어간다.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수입차의 초대형 세단 평균(27%)의 두 배에 육박한다. 초고장력강판을 많이 넣을 수 있는 것은 현대제철 제2냉연공장에서 생산하는 초고장력강판을 전량 공급받기 때문이다.

당진=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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