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해' 스트리밍 놔두고…다운로드만 건드린 '음원사용료 개정안'

입력 2015-12-18 17:52   수정 2015-12-19 05:06

김보영 기자의 콘텐츠 Insight

1곡 다운로드할 때마다 가수는 겨우 10원 더 받아
광고기반 스트리밍 논의는 없어



[ 김보영 기자 ] 지난 16일 서울 사간동에서 음원사용료와 관련한 간담회가 열렸다. 윤태용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부터 저작권산업과 담당 사무관까지 관련 공무원들이 모두 참석한 이 자리에서 문체부는 곡당 사용료를 올리고, 음원 권리자의 수익 배분율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인 ‘음원 전송사용료 개선안’을 발표했다.

나눠준 보도자료 첫 문장은 ‘작곡·작사가, 가수, 음반제작자 등 권리자들이 받는 저작권료가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91%까지 늘어난다’였다. 윤 실장은 “문화콘텐츠업계에선 창작자가 왕”이라며 “왕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열악한 수익구조로 인해 창작자가 고통을 받은 사례는 숱하게 알려졌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출신 ‘중식이밴드’는 한 달에 45만원밖에 못 번 사연을 이달 블로그에 올렸다. 이번 개선안은 권리자의 저작권료가 최대 두 배가량 늘어난다는 내용이니 얼핏 보기엔 문체부가 ‘연내에 무리를 해서라도’ 창작자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말 그럴까.

개선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다운로드 음원에 한해 음원 권리자들이 받는 수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기존에 멜론이나 지니 등 서비스 사업자와 권리자(가수·작곡가·작사가·음반제작사 등)는 수익을 4 대 6으로 나눴다. 이 비율을 이번에 3 대 7로 바꿨다. 권리자들이 받는 비율이 10%포인트 늘어났지만 음원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다운로드가 아니라 음악을 실시간으로 재생해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약 65%로, 빠르게 늘고 있다. 스트리밍의 수익분배 구조는 건드리지 않고 ‘저무는 해’인 다운로드만 조정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개선안에는 한 곡을 다운로드 할 때마다 360원이던 권리자의 곡 사용료를 490원으로 올렸다. 사용료를 올리고 수익분배율을 조정해 늘어난 130원의 80%인 103.5원이 음반제작자 몫이다. 작곡가·작사가 등 저작권자가 더 받는 금액은 곡당 17원에 그친다. 가수 등 실연자는 곡이 다운로드될 때마다 10원이 안 되는, 고작 9.5원을 더 받는다.

SM엔터테인먼트부터 영세 기획사까지 음반제작자들의 몫이 적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이번 개선안으로 작곡가·작사가·가수 등 창작·실연자가 받는 몫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홍대 지하연습실에 모이는 인디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생계형 가수를 고려했袂羞릿募?아이돌을 육성하는 기획사 시스템에 유리한 구조다.

로엔엔터테인먼트, CJ E&M, KT뮤직 등 시장에서 서비스 사업자와 음반제작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업체는 수익분배율 조정으로 사업자로서의 수익이 10%포인트 감소해도 음반제작자로서 상당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시장에서 팔리는 주력 상품인 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에 대한 할인율을 건드리지 않은 점, ‘뜨거운 감자’인 광고기반 스트리밍 개선안을 미룬 점 등도 이번 방안이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의혹을 더한다.

음악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 없이 ‘문화융성’ 기치에 맞춰 숙제하듯 미봉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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