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후 / 서욱진 / 백승현 기자 ]
경제활성화법들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간 ‘빅딜’ 과정에서 법안의 주요 내용이 수정되거나 제외되는 등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당초 안에서 대폭 수정된 대표적인 사례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다. 정부는 기활법이 ‘대기업만을 위한 법’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지난달 23일 공청회를 열고,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선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만으로 사업 분할을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을 ‘순자산 규모 10% 이하’에서 ‘총자산 규모 10% 이하’로 강화하기로 했다. 원안에 비해 긴급한 구조조정이 힘들어진 것이다.
대기업은 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구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기활법 적용 대상 기업에서 아예 대기업을 빼자는 의견을 당론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야가 법안을 빅딜할 경 ?기활법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이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기자와 만나 “법 처리를 위해 남은 건 이제 국회 상임위원회가 아니라 여야 지도부 간 협상과 결정”이라고 말했다.
노동개혁법 가운데 일부는 아예 폐기될 위기에 몰렸다. 근로기준법 고용노동법 산재보험법 파견법 기간제법 등 ‘노동개혁 5법’ 가운데 야당은 파견법과 기간제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에 따라 노동개혁법 중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제외한 3개 법안만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서도 영리화 논란을 의식해 의료 부분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대로 라면 차라리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기활법 원안을 제정할 때 특수관계인 지배구조 강화나 경영권 승계 등의 악용 소지가 있는 사업재편은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더해 대기업을 아예 빼버리면 결국 ‘빈껍데기’ 법안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인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의 업종에서 대기업을 제외하자는 주장 역시 구조조정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덧붙였다.
김재후/서욱진/백승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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