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접촉사고 나면 뒷목 잡고 나오는 김기사, 국과수 '마디모'가 꾀병 여부 가린다

입력 2015-12-19 09:03  

'보험사기 해결사' 마디모

운전자 충격 정도, 3D로 측정…"가짜 피해자 줄어" 현장서 호평
작년 감정의뢰 1만4000건…상반기 자동차보험 사기액 감소
"신경계 부상은 계산 못해" 지적도



[ 오형주 기자 ]
지난달 29일 밤 경기 부천의 한 도로를 달리던 택시가 교차로 앞에 서 있던 승용차와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앞서 주행하던 승용차가 좌회전할 줄 알고 계속 직진했던 택시는 급히 핸들을 우측으로 틀며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빗길에 제동이 잘 안 돼 가볍게 스치듯 부딪쳤다. 승용차 운전자는 “충격으로 엉덩이와 허리 등에 통증이 느껴진다”며 2주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택시기사는 “상해를 입힐 정도로 심각한 충돌은 아니었다”며 경찰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을 요청했다.

2주 뒤 국과수는 “‘마디모’ 프로그램으로 확인한 결과 피해자의 주장처럼 허리와 엉덩이 부분에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찰에 회신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전자들 사이에 교통사고 상황 재현 프로그램인 ‘마디모(MADYMO)’가 화제다.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뒷목을 잡고 나와 막무가내로 치료비와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꾀병’ 피해자를 걸러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어서다. 2009년 국과수가 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 2010년 4859건이던 감정 사례는 지난해 1만3972건으로 4년간 3배 가까이 늘었다.

사고 충격에 따른 인체 상해 측정

마디모 감정에 앞서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피시-크래시(PC-crash)’ 프로그램을 먼저 구동한다. 피시-크래시를 통해 얻은 차량의 움직임 데이터를 마디모에 입력하면 차량에 가해진 충격에 따른 탑승자의 움직임과 충격량이 산출된다. 최지훈 국과수 연구사는 “충격 시 탑승자의 목이나 허리 등 신체부위별 상해값을 뽑아내 기준값보다 낮으면 상해를 입지 않았다고 판별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위 사례에서 택시와 추돌한 승용차의 움직임(속도변화)은 피시-크래시 분석 결과 시속 약 1.7㎞였다. 여기에 탑승 위치, 신체 특성 등을 반영해 마디모로 충격에 따른 피해자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허리나 엉덩이에 별다른 충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허리에 가해진 충격은 20Nm(뉴턴미터·가해진 충격을 나타내는 단위)로 최소한의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기준값(1235Nm)에 못 미쳤다.

전과자 양산, 보험사기 방지 효과

경찰은 무분별한 교통사고 전과자 양산과 보험사기를 방지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마디모에 주목하고 있다. 현행법상 가해자의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해 피해자에게 2주 이상의 상해진단이 나오면 가해자는 형사입건 후 벌금형 등 처벌을 받게 된다. 보험사기범들은 이런 점을 노려 가해자에게 막대한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경찰이 2013년 말부터 경미한 교통사고에 대해 마디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김용욱 관악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마디모 활용 후 가벼운 사고에도 뒷목을 잡고 드러눕는 피해자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우발적 사고 발생 시 피해를 과장해 보험금을 타내는 ‘연성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마디모에 관심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기액수는 14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93억원)에 비해 다소 줄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찰의 마디모 감정의뢰 건수가 증가하면서 보험사기범이 예전처럼 활개를 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 등 일각에선 “마디모가 신경계통의 부상 등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마디모를 맹신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이에 대해 국과수는 “차량에 사람을 태우고 직접 사고충격 실험을 해본 결과 마디모의 측정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이를 일축했다.

■ 마디모(MADYMO)

‘마디모(MAthematical DYnamic MOdels)’는 교통사고 당시 차량 상태, 속도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탑승자가 입었을 충격과 상해 정도를 3차원 입체영상(3D)으로 추정해주는 프로그램.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됐다.

원주=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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