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위기관리라는 실행 업무에 대한 지식 없이 신속하게 무엇인가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 막연하게 느꼈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문제되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상해 사전 준비를 하거나 실행 방안을 지시해야 하는데,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발생한 위기 사건이 조직 내부 어느 한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결된 부서가 많을 경우, 부서별로 책임 전가를 하려는 모습이 많다. 이 경우,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개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위기 대응이나 의사결정을 위해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 보고를 해야 하는데, 하위 단위에서 정보 자료가 늦게 올라오게 되고 시간에 쫓겨 자료를 다루다 보니, 정확성 및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과거 큰 위기를 경험했던 기업의 내부 담당자를 인터뷰 한 내용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은 왜 그렇게 늦게 대응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임원이 말실수를 하는 경우, 사안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 잘못된 사실관계도 바로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과장하거나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까지 蓚汰?위기관리 ‘모습’은 비즈니스 역량과 비교하면 정말 걸음마 수준이다.
실제로 위기에 직면하면 생각 이상으로, 예측한 것 보다 더 내부 실무 담당자들은 혼란스럽다. 평상 시에 신속하던 의사결정도 위기 시에는 ‘선택’이 어려워 당연히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확실하고 명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위기이겠는가? 위기는 하나의 해당 사건으로 발생한 상황만으로 확대되지 않는다. 조직구성원의 위기 불감증, 경직된 조직문화, 대응 프로세스 부재, 위기 의사결정의 미숙함 등이 한 방울의 기름이 되어 불길을 더욱 키운다.
위기관리에는 나름의 ‘태도’가 있다. 위기를 바라보는 다수의 사람들은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태도’에서 기업의 표정을 읽게 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최소한 이런 표정은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위기가 확산되는 이유는 위기의 크기보다 기업이 보이는 위기관리의 ‘태도’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사건 축소’나 ‘은폐 의혹’의 지적은 받지 말아야 한다.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억울한 일이다.
조직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작지 않다. 부서별로 개인별로 일하는 방식이 있다. 위기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자료를 살펴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언론과 외부 사람들은 ‘은폐’ 했다는 비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지적을 받는 이유는 기업이 위기 발생 시 조직 내부의 정보 흐름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내부 고민, 사전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위기관리는 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눈다. 위기억제, 위기 사전준비, 위기 대응, 위기 이후의 사후 이미지관리이다. 위기 억제보다 중요한 건 사전준비이다. 위기 억제는 리스크 요인을 먼저 발견해서 그 원인을 제거하는 걸 말한다. 그만큼 기업의 자원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자원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서 조직 내부는 대응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사전에 준비하고 그에 맞게 숙련시켜 놓는 것이 필요하다. 신속한 대응, 신속한 의사결정. 모두가 훈련을 통해 얻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둘째, “어떻게 그런 문제를 사전에 관리하지 못했을까?” 이런 지적도 받지 말자. 2004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기업의 위기 사례 100여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위기로 발전된 사건, 사고는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와 관련이 없는 것이 거의 없었다. 즉 위기는 발생할 것이 발생하는 것이다.
식품 산업군의 경우에는 식품 이물질, 위해성의 논란이 주를 이룬다. 사실 예측이 안 되는 위기 유형은 거의 없다. CJ, 풀무원, 해태제과, 삼양식품,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 농심, 맥도날드, 동서식품, 롯데제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등 주요 식품회사는 유사한 위기를 겪었다.
개인 정보 유출도 옥션, 하나로텔레콤, GS칼텍스, 농협, 현대캐피털, 도미노피자, 메리츠 화재, 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개인 정보가 DB로 저장되는 사업군의 기업에서 발생했다.
또한 대형 놀이기구가 있는 롯데월드, 집단 급식 공급 서비스를 하는 CJ푸드시스템, 해운운송 비즈니스의 한진해운,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등에게 “만약 최악의 위기가 발생한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위기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롯데월드는 ‘놀이기구 아르바이트 및 고객 안전사고’, CJ푸드시스템은 ‘학생 대상의 집단 식중독’, 한진해운은 ‘해상 테러 사건’,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추락사고’. 이렇게 위기는 예상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와 ‘얼마나(크기)’를 모를 뿐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대응을 보면, 사전에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거나 미숙한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위기 대응을 보는 사람들은 “기업 입장으로만 대응을 하는군” 이라는 비판을 자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이다. 조직의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결정하는 리더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의 태도는 희생자 또는 피해자, 그것이 정신적인 측면이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발생한 사건, 사고가 위기가 되어 손실을 가져오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 동안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중에 기업 내부의 영역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는 특정 미디어의 취재나 내부자 고발이 없는 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위기의 확산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언급한 10년간의 기업 위기관리 히스토리의 분석 결과를 보면, 2011년 이후 국내에 스마트폰 보급율이 증가하는 시점과 동시에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어 위기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위기의 확산은 사회적 가치나 이해관계자의 보호보다 경제적 수익을 우선시하고 기업 조직을 보호하려는 태도가 보여지면서 시작된다. 최근에 발생한 남양유업, 아모레퍼시픽, 대우조선해양 등의 대리점 및 비즈니스 관계에 대한 부당한 비즈니스 거래 관행도 이에 해당한다. 한편, 내부 구성원의 비윤리적 행위, 상식적이지 않은 대응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쉽게 공개되고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신라호텔의 한복 디자이너 한식당 입장 거부, 채선당의 임산부 폭행 논란, 카페베네 매장의 고객 클레임 대응 문제, 블랙야크의 CEO 막말 사건, 포스코에너지 임원 기내 폭행 이슈, 아모레퍼시픽의 ‘국정교과서’관련 면접 논란 등과 같은 사건은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카카오톡,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위기가 발단되고 확산되었다. 특정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거나 일정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받게 되는 사건, 사고에서 기업은 이해관계자 입장을 먼저 고려하고 상호간의 관점을 조율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위기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먹고 자란다. 기업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다. 작은 사건, 사고가 기업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일정 기간 비즈니스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국 기업은 평상 시 역량으로 위기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떻게 조치를 취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는 그 상황에 놓였을 때 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위기관리에 대한 기업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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