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문화제도 집회로 변질"
경찰, 주도자 등 엄단 방침
[ 윤희은 기자 ] 지난달 30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시위 대응 방침을 바꾸겠다고 처음 밝혔다. “대규모 집회에서 예외없이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사상자 발생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대응했지만 이제는 경찰이 전면으로 나가 폭력 시위자를 적극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를 닷새 앞두고 나온 경찰의 방침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더 큰 폭력사태를 부를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후 열린 대규모 시위에서 쇠파이프가 사라졌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은 차벽 대신 허리 높이의 플라스틱 표지판만 설치했지만 아무도 이를 넘지 않았다.
경찰은 상습 폭력 시위자의 현장 검거를 위해 대응 인력을 늘렸다. 6만8000명이 나선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때 2만2000명으로만 맞섰던 경찰은 집회 참가자가 1만4000명으로 줄어든 ‘2차 민중총궐기’ 때는 시위대보다 많은 1만8000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지난 19일 ‘3차 민중총궐기’ 때도 시위대보다 두 배 많은 5400여명이 현장을 지켰다.
적극적인 수사로 900여명을 조사 대상자에 올리면서 상습 폭력 시위자가 집회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부분 상습 폭력 시위자는 1차 민중총궐기 관련 수사 대상에 포함됐을 것”이라며 “이들이 이후 집회부터 나서지 않으면서 폭력 시위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불법 시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엄격해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2년여 전만 해도 죄를 묻지 않던 시위대의 단순 도로 점거에 대한 유죄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6일 1심과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도로 점거 사건 두 건을 유죄 취지로 1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지난달 17일에도 도로를 4분간 무단 점거한 임모씨 사건을 유죄 판결했다.
경찰은 이 같은 원칙 대응을 앞으로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문화제로 신고하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차 민중총궐기’가 “사실상 집회로 변질해 미신고 불법 집회로 판단된다”며 주최 측을 사법처리하겠다고 했다. 유인물을 배포하고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정치구호를 외쳤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를 처형하라’ 등 도를 넘은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4월25일 세월호 추모 문화제에서도 똑같은 양상이 나타났지만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지는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민 정서에 맞춰 앞으로도 원칙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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