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계열사서 엔지니어 등 수혈
유럽지역본부도 독일로 옮겨
벤츠·BMW 등 상대로 영업 강화
[ 남윤선 기자 ]
LG그룹이 신사업인 기업 간 거래(B2B) 쪽으로 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LG전자 내부에서뿐 아니라 그룹 내 계열사 간 인력이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존 조직들도 B2B에 초점을 맞춰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오너 경영인인 구본준 부회장이 지주사인 (주)LG에서 신사업을 총괄하게 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는 게 LG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2B로 인력이동 가속화
20일 LG그룹에 따르면 LG전자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와 LG화학 배터리사업본부 등 B2B 관련 조직은 최근 LG상사 등 계열사들로부터 인력을 수혈받았다. 외국어에 능통한 해외영업직이나 엔지니어들이 주로 소속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VC사업본부는 올해 내내 LG전자 내의 다른 사업본부에서 인력을 충원했다. 올초 2300명 수준이던 VC사업본부 인력은 연말 30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다른 계열사에서도 인력을 끌어오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간 대규모 인력이동은 과거엔 거의 없던 현상”이라며 “구 부회장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존 조직들도 B2B에 초점을 맞춰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 LG전자에서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는 기존 5 대 5 정도였던 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담당 인력 비율을 8 대 2 수준으로 바꿨다. “시스템에어컨이나 자동차부품 등 B2B 거래 소비자들에게 IoT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영국 런던에 있던 유럽지역대표도 독일 뒤셀도르프로 이전했다. 벤츠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모여 있는 독일에 유럽 본사를 둬 B2B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내 자동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던 조직을 하나로 묶어 ‘자동차부품기술센터’를 마련했다.
서울 서초동 연구개발(R&D)센터 내에는 ‘VC 디자인연구소’도 별도로 설립했다. 자동차부품센터와 디자인연구소장에는 각각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 일본 완성차 업체 인피니티에서 영입한 윤용철 전무와 최상원 상무를 임명했다.
◆구본준식 ‘공격경영’ 시작되나
LG그룹 안팎에선 이 같은 빠른 변화를 ‘구본준식 공격경영’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과거에도 공격적인 경영으로 유명했다.
2000년대 중반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일할 때는 한 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경기 파주에 초대형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의 과감한 투자가 현재 LG디스플레이가 6년 연속 대형 LCD 시장에서 1위를 질주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는 게 전자업계의 평가다.
LG상사를 이끌 때도 석유광구에 투자하거나 대형 트럭 등 상용차를 수입하는 등 신사업을 주도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LG전자를 이끌 때도 자동차부품과 에너지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LG 관계자는 “지난달 인사에서 40대 사장(백상엽 (주)LG 시너지팀장)이 탄생하는 등 최근 인사와 조직개편에 연이어 ‘파격’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구 부회장을 중심으로 LG그룹의 신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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