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 줄어든 LG화학·롯데케미칼·한전 '관심'

입력 2015-12-21 07:02  

화학주, 수요 늘고 해외업체 증설 지연 '날개'
항공주, 외화 부채 · 수송 부문 부진에 '발목'



[ 윤정현 기자 ]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산유국이 입을 타격이 주요 신흥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런 우려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투자자들이 초저유가 시대 수혜 종목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 및 원유에서 파생되는 제품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업종 중 생산원가가 줄어 수익성이 개선될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심 끄는 유화·유틸리티업종

불과 석 달 전 20만원대 초반이던 LG화학 주가는 이달 들어 30만원을 웃돌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된 것과 더불어 저유가로 인한 생산원가 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도 컸다.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뿐 아니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주요 화학주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유가 급락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졌지만 원가 부담 축소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역시 유가가 하락했던 2008년에는 유화 제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줄면서 스프레드(원재료 가격과 제품 가격의 차이)가 위축됐다. 반면 올해는 유가가 낮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수요는 견조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유화업체들의 증설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으로 가솔린과 디젤, 나프타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ASP 하락에 의한 수요 촉진 효과가 내년에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 재정수익이 급감하면서 석유화학설비 발주량이 급감해 공급 측면에서도 전망이 밝다. 황 연구원은 “현재 공사 중인 설비는 1~3년 이후 완공되는데 투자 재원이 부족해 완공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어 공급 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SK하이닉스 등을 제치고 올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 자리를 꿰찬 한국전력도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2013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고 최근에는 저유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2013년 1조5190억원이던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조7876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증권업계에서는 한전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 10조4197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013년 2.81%에서 올해 17.59%로 급상승할 전망이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유틸리티업종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저유가가 지속되면 한전은 연료비 하락으로 이익이 더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골 수혜주 항공·페인트주 ‘골골’

반면 저유가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업종인 페인트주는 기대와 달리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최근 석 달간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노루페인트는 3개월 전 대비 소폭 하락한 상태고 KCC는 소폭 상승했지만 무의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조선, 철강, 건설 등 전방 산업의 침체로 매출이 줄어드는 동시에 제품 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공업용 도료시장 정체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건축용 페인트의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는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주로 꼽히는 항공주도 유가 하락 덕을 온전히 보지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 소식에 반짝할 때도 있지만 올해 주가 흐름은 하락세다. 연초 4만원대로 출발한 대한항공은 지난달 2만원대로 내려앉았고 7000원대였던 아시아나항공도 4000원대를 맴돌고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와 저비용 항공사발(發) 공급 증가, 화물수송 부문의 부진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기 도입과 유류 구입에 외화 부채를 많이 끌어다 썼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주가 유가 하락 상황에서 이룬 이익 개선폭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저비용 항공사들과의 경쟁심화 탓도 크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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