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을 울리는 기업들의 ‘채용 갑질’이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불명확한 채용 기준’부터 ‘연봉 비공개’, ‘부적절한 대우’ 등의 처사로, 안 그래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취준생 시절만큼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적이 없었다”는 한 취준생의 외침은 ‘구직자 인권법’ 제안을 청원하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작년 말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됐던 ‘구직자 인권법’ 제정 청원은 1)직무와 직결되지 않는 개인 정보 수집 금지 및 수집이유 명기 2)채용공고 시 정확한 지원분야·직무소개 공고 3)합격·발표·면접 등 전형의 날짜·시간 사전 공지 4)면접비 지급 5)최종 탈락자의 경우 탈락 이유에 대해 설명 6)면접 시 인신 공격성·성 차별적 질문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권리를 보호받지만 노동자가 되고 싶은 예비 '을(乙)'들은 보호받을 근거조차 없다는 것이 청원서의 골자였다.
관련해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 대표 이광석)가 자사 20대 회원 5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97.6%의 응답자들이 ‘구 汰?인권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법안이 필요한 이유는 ‘대한민국 채용문화를 바꾸기 위해서’가 52.2%로 가장 높았고, ‘취준생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어서’가 36.9%, ‘취업 공백기가 점차 길어져서’가 8.3%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취준생들은 구직과정에서 부적절한 대우를 받은 경험은 얼마나 있을까? 응답자의 74.4%가 ‘부적절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경우는 ‘부모님 직업 등 개인신상을 묻는 것’(26.2%)이 1위를 차지했고, ‘자세한 직무 설명 없이 입사지원서를 써야 할 때’(23.4%), ‘합격유무를 알려주지 않아서’(22%), ‘압박면접’(10%) 등이 뒤를 이었다.
구직자들의 답답함을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들도 등장한 바 있다. 관련 이슈가 공론화면서 한 때 롯데그룹에서 우리나라 대기업 중 최초로 실시한 면접 불합격자 대상 피드백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이 화제가 되었던 것. 롯데그룹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자에게 면접 전형별 점수와 평가요소를 알려줬다. 합격하지는 못했더라도 불합격한 이유를 제공, 지원자의 발전을 지원하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되었다.
채용과정에서 부당함을 느낀 응답자 대다수가(93.1%)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참았다’고 답했으며 기업의 부적절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채용에 합격할 경우 ‘입사하겠다’는 응답자가 79.3%로 나타났다. (▶’입사하겠다. 구직활동이 지친다’(38.9%), ▶’입사하겠다. 요즘 대부분의 기 汰?다 이렇기 때문이다.’(30.1%), ‘입사하겠다. 입사 후 기업의 문제를 내가 직접 고치겠다.’(10.3%)) 이는 구직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가 발생해도 취업을 위해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구직자 인권법’ 청원으로 올라온 항목 중 구직자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한 내용은 ‘결혼관, 외모, 인신공격, 가족 등과 관련된 질문을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하는 것을 금지한다’가 23.1%로 1위에 선정되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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