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KT는 출입 기자단을 초청해 송년회를 열었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매스총괄 수장을 맡은 임헌문 사장과 경영지원총괄을 이끄는 구현모 부사장 등 신임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임헌문 사장의 짧은 인사말을 뒤로 하고 송년회장은 곧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입장 발표회가 됐다. 차례로 마이크를 잡은 임원들은 인수합병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했다. 케이블 산업 붕괴, 미디어 콘텐츠 위축, 방송·통신 사업 경쟁력 약화 등이 그것이다.
임헌문 사장은 "SK텔레콤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려다 남의 밥그릇(케이블 TV 업계)까지 깨트릴 것"이라며 "방송통신 융합이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KT 송년회는 앞서 열린 SK텔레콤 송년회와 묘하게 오버랩됐다. 입장만 다를 뿐 모두 CJ헬로비전 이슈를 전면화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열린 SK텔레콤 출입기자단 枋銹맙〈?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을 비롯해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장동현 사장은 "경쟁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래를 우선한 행동은 아닌 것 같다"며 "각 사의 강점을 내세우는 경쟁으로 통신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년회가 여론전으로 비춰지길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도 비슷했다. CJ헬로비전 인수건에 대한 입장을 말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양사 고위 관계자들은 모두 손사래를 쳤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묵직한 이슈를 화두로 꺼냈고 질의응답 진행에 이어 해당 보도의 엠바고(보도 시점 제한)까지 안내했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성토장이 된 것은 송년회뿐이 아니었다. 관련 세미나나 학회 토론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 방송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방안 정책세미나 등 주최와 타이틀이 조금 다를 뿐 통신사들의 난타전이 반복됐다.
물론 CJ헬로비전 인수건은 내년 이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이통 1위 업체와 케이블TV 1위 회사가 만나 산업 지형도 전체를 바꿀 수 있어서다. 그만큼 많은 고민과 논쟁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름만 바꾼 행사로 자사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은 여론전에 불과하다.
임헌문 사장은 송년회에서 경쟁사인 SK텔레콤을 '자기기인(自欺欺人)'에 빗댔다.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SK텔레콤의 주장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통3사 모두 예외는 아니다. 포장만 바꾼 여론전을 펼치는 이통사의 모습이 未瘦袖括?아닌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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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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