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세일에도 매장 '텅텅'
성탄절까지 낮 최고 9도…"연말 특수도 물 건너가"
[ 김병근 기자 ] 21일 오후 3시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백화점. 평소 쇼핑객으로 가장 붐비는 여성의류 코너에도 발길이 뜸했다. 손님보다 점원이 더 많은 매장도 적지 않았다. 한 여성의류 매장 관계자는 “겨울 날씨가 작년보다 따뜻해 패딩과 외투 같은 겨울 상품이 잘 팔리지 않고 있다”며 “평일 오후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난해와 비교해 고객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면서 백화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겨울 정기 세일이 끝난 뒤에도 매장별로 특별 할인 등 다양한 행사를 계속 하고 있지만 손님이 오지 않아서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 특수가 실종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의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매출(기존점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남성패션(-10.7%)과 스포츠(-14.5%)는 두 자릿수나 감소했 만? 여성패션도 7.2% 줄었다. 혼수 및 이사 등의 수요로 주얼리·시계(27.6%)와 해외명품(4.5%)만 매출이 증가했을 뿐이다.
김정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팀장은 “지난해 이맘때는 하루 평균 기온(하루 8회 관측값의 평균치)이 영하 9도까지 떨어졌는데 올해는 영상 5도까지 오르는 등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며 “패딩, 코트, 모피 같은 겨울 상품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1~20일 현대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성패션(0.3%), 남성패션(1.0%), 아웃도어(-2.0%) 모두 매출이 저조했다. 그나마 해외패션(5.3%), 가전(6.8%), 가구(7.7%) 부문이 선방하면서 더 큰 매출 감소를 막았다는 평가다. 롯데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0.4%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매출 증가율은 3.6%였다.
‘따뜻한 겨울’은 백화점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객단가가 높은 아우터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하루 평균 기온은 영하 4.6도~영상 5도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기온이 영하 9~0.1도였던 데 비하면 4~5도 이상 높은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당분간 큰 추위가 없을 전망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상청은 25일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낮 최고기온이 영상 8~9도까지 오르는 등 따뜻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추우면 고객이 제 발로 두꺼운 옷을 사기 때문에 겨울에는 매서운 한파보다 더 좋은 마케팅 수단이 없다”며 “연말 특수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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