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기조 이어갈 듯
[ 오형주 기자 ]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준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전 연구부총장)는 학계에서 대표적인 ‘공과대학 혁신전도사’로 통한다. 공대 교수 출신이 교육부 장관을 맡은 것은 2008년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현 포스텍 총장) 이후 7년 만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1월부터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 범부처 기구인 공과대학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산업 현장과 멀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대를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바꿔 놓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4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8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공동으로 마련한 ‘공과대학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혁신안에는 논문 실적 위주로 돼 있는 교수평가 시스템을 산학 협력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꾸고, 서울대가 산업체 경력만으로 전임교수를 채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2월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공학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재료공학에는 철강, 제철 담당 교수가 없고 전기공학에는 강전, 발전, 송전을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며 “모든 교수가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성과에 치우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차대한 시기에 장관직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교육이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데 이바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의 쟁점인 대학 구조개혁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구조개혁을) 대학 자율에 맡기면 좋겠지만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는 본질적으로 변화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시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선 “현행 입시제도는 지나치게 학업성취도 평가 위주로 구성돼 인성이나 창의성 등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못하다”며 “학업성취도는 떨어지더라도 재능이 있는 학생을 발굴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학능력시험을 유일한 학업성취도 지표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학생들의 진로 다양성 확대와 직업교육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꼭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실업계 고교 지원과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렵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도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중립적 입장에서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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