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입행원을 채용했다. 결과를 보니 상경계열과 법정계열 전공자는 전체 인원의 절반도 안 됐다. 또 약 세 명 중 한 명이 지방대 출신이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은행원들을 봐도 의외로 상경계열 전공자나 외국어 능통자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은행 입사에 대한 일반적 선입견과는 대조적이다.
은행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서비스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행위다. 무형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 자산의 가치를 높이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 은행이다. 이런 곳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떤 전공자를 선호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양한 전공과 소양을 갖춘 사람이 고르게 필요하다. 흔히 “은행에선 계산이 빠르고 숫자에 밝은 사람이 유리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문학이나 역사, 철학을 전공해서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대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사회과학을 공부해 사회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전망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선 안 된다. 아울러 공대에서 논리적인 접근과 체계를 구성하는 능력과 정보기술(IT)을 제대로 배운 사람, 자연과학 분야에서 매사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자세를 갖춘 사람도 모두 은행에 필요한 인재다.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곳에 살며 두터운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의 경험도 전국 영업망을 갖춘 은행에는 큰 도움이 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서 도입한 인재 개발 프로그램 중에 ‘강점 찾기(strength finder)’라는 것이 있다. 34개의 다양한 결과 항목을 통해 각자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가장 연관성이 높은 항목부터 순서대로 알려준다. 스스로 자기의 강점을 알고 잘 살리기 위한 것이다. 또 서로 강점이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팀일수록 이상적이라고 본다. 개인의 약점을 서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과 전공 선택을 앞둔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적성에 맞지 않는데도 취업만을 생각해 전공을 고르고 공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전공을 선택해 열심히 공부한다면 대학 생활이 즐거울 것이다. 그리고 훗날 그렇게 훌륭히 다진 식견과 인성을 기업의 채용 면접관도 눈여겨볼 것이다.
박종복 < 한국SC은행장 jongbok.park@sc.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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