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젠 공장보다 비용 60%·공기 6개월 줄여
경쟁사 추격 못할 공격투자 '성공 방정식' 재현
[ 김형호 기자 ] 삼성이 21일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인 연간 18만L 규모의 제3공장을 착공한 것은 반도체 성공신화를 바이오 의약품전문생산(CMO) 분야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2011년 바이오 분야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은 지난 4년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등 압축성장 경험을 통해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과감한 공격투자로 후발업체를 따돌린 반도체의 성공 방정식이 바이오 의약품에서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공장 투자 결정은 이런 전략적 판단에서 나왔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도 이날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열린 3공장 착공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2 반도체신화 재현’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30년 전 삼성이 반도체 투자 결정을 했을 때는 주요 전자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성공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결국 세계 시장은 삼성전자 등 전문업체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에 반도체 DNA 이식”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투자 대비 효율에서 경쟁업체들을 크게 앞서는 점을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밝힌 연 18만L 규모 3공장 투자금액은 8500억원. 연 9만L 규모 공장 증설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계획을 밝힌 글로벌 1위 바이오 업체 미국 암젠과 비교했을 때 L당 투자비가 40%대에 불과하다. 공사기간도 암젠이 41개월을 잡은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5개월이다.
반도체 플랜트 설계와 건설에서 다져진 노하우를 바이오 공장에 이식한 게 이 같은 차이를 가져왔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특히 3공장은 바이오 의약품 공장으로는 처음으로 365일 가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 생산능력을 극대화한다.
‘스피드’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세운 경쟁력은 ‘고품질’이다. 지난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공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 FDA 실사에서 글로벌 회사들도 한두 가지 주요 결함이 발견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품질 안전성 등 세 가지 핵심 기준에서 모두 ‘무결점’ 통보를 받았다.
김 사장은 “자체 역량으로 처음 건설한 바이오 공장이 가장 까다로운 FDA 심사에서 무결점 통보를 받았다”며 “가격경쟁력과 수율(收率)에 더해 고품질까지 검증받은 만큼 앞으로 글로벌 고객 확보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급팽창하는 시장 선점 나서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4년 기준 181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825억달러인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두 배가 넘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대 의약품 가운데 6개 품목이 항체의약품을 비롯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시장은 2020년 27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시장 역시 2014년 46억달러에서 2017년 72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18년까지 생산능력을 연 36만L 규모로 확대하는 것도 이처럼 급성장하는 바이오 의약품시장을 겨냥해서다. 최근 들어 글로벌 제약사들도 과거 직접 생산하던 바이오의약품의 외부 위탁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미국 BMS, 스위스 로슈는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월 완공된 연 15만L 규모 2공장의 글로벌 고객사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의 ‘파운드리(수탁가공)’처럼 바이오 CMO도 대규모 수주가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장기 생산물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며 “글로벌 제약사가 믿을 수 있는 삼성 브랜드와 가격경쟁력, 품질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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