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대회 출전…새로운 도전 가슴 설레
거리 길다곤 하지만 미국 코스 잔디 딱딱해 '런'이 많은 내게 유리
학교생활 그리워질 것
[ 최만수 기자 ] “예전엔 거리 욕심이 있어서 드라이버로 260~270야드도 날렸어요. 미국 코스가 한국보다 길다곤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골프는 자신있는데 학교 친구들이 그리워질 것 같아 걱정이네요.”
올 시즌 최고의 해를 보내고 내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미국의 새로운 곳들에 가볼 생각에 설렌다”며 이같이 말했다. 2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만난 전인지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7월 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투어 출전 자격을 얻었다. 미국 진출을 망설이던 전인지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LPGA 무대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LPGA 출전권을 얻었을 때 솔직히 망설였습니다. 한국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뛰는 게 너무 즐거워 이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내년 올림픽에 나갈 기회가 왔는데 이대로 놓치면 역시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컸어요.”
올림픽 대표로 뽑히려면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한국보다 배점이 높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게 올림픽에 나가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올 시즌 LPGA 대회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더 많이 생겼다”며 “태국의 골프 신동으로 불리는 에리야·모리야 쭈타누깐 자매를 비롯해 아사하라 무뇨스, 페닐라 린드버그, 제이 메리 그린 등과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미국은 코스가 딱딱해 런(공이 구르는 거리)이 많은 나에게 오히려 유리하다”며 “잔디도 미국 코스의 것이 더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학교생활(고려대 사회체육학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투어 생활을 하면서 학업이 부담스러운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학교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고 수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풀었죠. 올해는 스포츠마케팅에 빠져 있었는데. 그쪽에 재미를 붙이니까 갤러리 관점에서 골프장 시설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스킨스쿠버다이빙 동아리에 들고 싶었는데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미국에 가면 아무래도 지금처럼 학교에 나갈 수는 없겠지만 교수님, 친구들과 통화를 더 자주 하고 대체 과제를 찾는 등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열심히 찾아볼 생각입니다.”
나이 지긋한 백전노장 선수들은 ‘아직도 골프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스물한 살의 전인지는 어떻게 舟존?즐기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할까. 그는 “골프는 매번 플레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순간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스포츠인 것 같다”며 “늘 미스터리하기 때문에 호기심이 많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인지는 아직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그는 “최근 팬미팅에서 ‘아직 첫사랑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밝힌 게 조금 오해가 있었는데 이후 친구들에게 ‘너는 연애세포도 없냐’는 항의 문자가 빗발쳤다”며 웃었다. 전인지는 “운동선수랑 사귀었다면 몇 명을 만났겠지만 같은 운동선수는 싫다”며 “외모는 따지지 않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오는 27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ANA인스퍼레이션이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2주간 골프채를 내려놓고 체력훈련을 하며 여유롭게 몸을 만든 뒤 올랜도로 가서 본격적으로 스윙 연습을 할 계획이다. 전인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년 첫 대회인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은 넘기고 2월 코티즈골프챔피언십부터 출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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