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양당체제 붕괴…'청년실업률 50%'에 민심 등돌렸다

입력 2015-12-21 18:50  

총선서 신생정당 돌풍…부패·무능 정치권 심판

여당 과반확보 실패, 제1야당도 20석 줄어
4당 경쟁체제로…정국 혼란에 주가 급락



[ 박종서 기자 ]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거에서 30여년간 이어져온 양당 체제가 무너졌다. 높은 실업률과 부패 스캔들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30대 젊은 지도자를 내세운 신생 정당들이 급부상한 결과다.

스페인 내무부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창당한 좌파 성향의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는 전체 350석 가운데 69석을 확보하며 의회에 진출했다. 2006년 등장한 우파 성향의 ‘시우다다노스(시민들)’도 40석을 얻었다.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 사망 이후 1982년부터 양당 체제를 이끌어온 중도 우파 국민당(현재 187석)과 중도 좌파 사회노동당(110석)은 각각 123석과 90석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복지 축소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이유는 경제와 부패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 재정은 급격히 악화됐고, 2012년 유럽중앙은행(ECB) 등에서 413억유로(약 52조90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국민당은 2011년 사회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은 뒤 복지 축소에 나섰다. 긴축정책 등에 따른 경제 체질 개선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1.4%)로 돌아섰지만 국민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실업률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두 배 수준인 21%다. 청년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

정치권의 심각한 부패도 기성 정당의 외면을 불렀다. 국민당에서 20여년간 재무를 담당했던 루이스 바르세나스는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으며, 라호이 총리 연루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민당은 물론 사회노동당과 노동조합 고위 간부들이 법인카드로 1500만유로(약 192억원)를 불법 사용한 혐의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신생 정당, 부패에 실망한 유권자 흡수

신생 정당들은 기존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실망한 유권자의 표심을 30대 젊은 지도자를 통해 파고들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 정당인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37)는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정치학과 교수 출신이다. 그는 긴축 반대와 반(反)부패를 기조로 하는 포데모스를 창당해 좌파 성향의 사회당 유권자를 흡수했다. 포데모스는 작년 5월 지방선거에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시장을 배출하는 등 대중성을 확인했다.

시우다다노스의 알베르트 리베라 대표(36)는 세금 인하와 친(親)기업적 주장으로 우파인 국민당 지지자를 끌어들였다. 리베라 대표는 2006년 시우다다노스를 창당하며 청렴함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나체 사진으로 선거 포스터를 제작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신생 정당들이 득세하면서 스페인 정국은 활뭡湛막?빠져들었다. 집권을 위해서는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서다. 정치색이 비슷하고 의석수가 가장 많은 국민당과 시우다다노스가 연정을 하더라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 사회노동당과 포데모스의 결합도 마찬가지다. 군소정당과의 대연정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재선거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양당체제 붕괴로 개혁 조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21일 마드리드증시의 IBEX35 지수는 장중 한때 3% 이상 급락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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