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강산관광, 중단사유 안고 재개할 수 없다

입력 2015-12-22 17:43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되지 않고
'국제관광특구법' 독소조항도 상존
북한은 경협의 국제기준 준수해야"

조영기 < 고려대 교수·한진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



지난 11~12일 개성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열렸다.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야기된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남북한이 이끌어낸 소위 ‘8·25합의’의 후속회담이었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남북이 8·25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은 북한 도발의 악순환을 차단하고 남북관계의 발전적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후속회담도 8·25 합의정신이 지켜지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져야만 했다. 그러나 북한이 금강산관광 카드를 고집하는 바람에 회담은 결렬됐다.

1박2일 일정의 당국회담에서 한국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분리하는 순차적 접근을 제안했다. 반면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연계하는 동시해결을 주장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문제이기 때문에 흥정 대상이 아니라 조건에 상관없이 실현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늘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를 요구했고 한국은 어김없이 그 대가를 지불해왔다. 즉 북한은 남북협상 과정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정치·경제적 이권사업을 연계해 잇속을 챙기는 관행을 지속했고, 연계전략이 실패하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지난 15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담화는 한국정부가 당국회담을 구걸해 마지못해 회담에 응했다는 전제 아래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의 교환 카드를 거부한 한국을 비난했다. 또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미국이 승인하지 않아 회담이 결렬됐다고 호도하며 한국 내 반미감정을 조장해 남남갈등의 도구로 악용하는 노림수도 챙겼다.

8·25합의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 활성화’라는 조항이 있다. 민간교류 활성화에는 금강산관광 사업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중단된 금강산관광 사업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재개하는 것은 근본 문제를 외면하는 미봉책일 뿐이다. 관광 중단의 근원을 해결하고 중단과정에서 불거진 난제들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2008년 금강산관광 사업 중단의 직접적 원인인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장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관광 중단 이후 북한이 남북경협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한국 기업의 재산권을 몰수·동결한 조치와 사업권에 대한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재발방지책 또한 마련해야 한다.

2011년 북한이 제정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은 한국 관광객의 신변안전과 재산권보호 장치를 후퇴시키고, 지구 내에서 관세혜택 축소와 고율세금 부과와 같은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 국제관광특구법은 2002년 남북이 합의한 ‘금강산관광지구법’의 효력을 무력화하고, 북한 당국의 일방통행식 행태를 가능케 한 제도라는 점에서 관광재개의 걸림돌이며, 관광중단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이 법의 독소조항은 관광재개 이전에 반드시 없애야 한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재개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준과 모습으로 재개되는가에 따라 금강산관광의 앞날이 결정될 것이다. 금강산관광도 남북 경제협력사업의 하나다. 따라서 북한은 경제협력의 국제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북한이 그동안 보여온 일방통행식 태도를 버리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나서느냐의 여부도 금강산관광 재개를 결정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또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금강산은 민족의 명산을 넘어 세계의 명산으로 자리매김하는 초석을 놓을 수 있다.

조영기 < 고려대 교수·한진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bellkey1@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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