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노총·청년수당은 있지만 보육예산은 없다는 서울시

입력 2015-12-23 17:40  

서울시의회가 내년 누리과정(만 3~5세) 보육예산을 전액 삭감, 당장 1월부터 ‘보육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의회는 지난 22일 서울교육청이 유치원 누리과정 학비로 짠 2016년 예산 252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교육청은 애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 몫이라며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만 올렸는데 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핑계로 그조차 전액 삭감한 것이다.

결국 서울시의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은 한 푼도 없게 됐다. 여야 할 것 없이 지난번 대선에서는 누리과정 무상 복지를 약속해 놓고 막상 막대한 돈이 걸리자 야권에서 어깃장을 놓으면서 생긴 일이다. 서울시의회는 표면상으로는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들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 무상보육에 협조하기 싫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중앙정부가 약속한 것을 왜 우리가 부담하느냐는 지방정부의 반발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이 더 꼬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은 모두 통과시킨 서울시의회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지방자치를 정쟁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회는 포퓰리즘 논란이 많은 ‘청년수당’에 90억원을 배정했고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 예산 232억원도 통과시켰다. 과연 3~5세 보육에 쓸 돈보다 더 급한지는 의문이다. 월 29만원인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기면 당장 내頻壙?20만명이 넘는 아이들의 보육에 구멍이 뚫린다. 누리과정 무상복지의 타당성 문제와는 별도로 이미 시행 중인 복지정책을 정략의 볼모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다수인 서울 등 몇몇 지방의회가 누리과정을 쟁점화하려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상배들의 진흙탕 싸움에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입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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