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럭셔리 가전시장 정조준…'LG 시그니처' 브랜드 출격

입력 2015-12-23 17:58  

내년 CES에 첫 공개

TV·냉장고·세탁기 등 기능·디자인 대폭 업그레이드
상위 5% 소비자 집중 공략

프리미엄 시장 공략 박차

최고급 성능으로 제품 차별화
별도의 브랜드 로고 만들어



[ 남윤선/김현석 기자 ] LG전자가 럭셔리 제품 전용 브랜드인 ‘LG 시그니처’를 23일 공개했다. 상위 5% 내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브랜드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보다도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가격도 비싸게 책정할 예정이다. 경기불황으로 중저가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심해지면서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단 TV,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는 다음달 6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럭셔리 이미지 강화

LG전자는 그간 에어컨의 ‘휘센’, 공기청정기의 ‘퓨리케어’ 등 제품별 브랜드를 발표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LG 시그니처는 TV를 포함한 LG전자의 소비자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브랜드다. TV 전면을 장식하던 원형 LG 심볼도 쓰지않기로 했다.

대신 별도의 로고를 쓰기로 했다. 일반 LG전자 제품과 최고급품 이미지인 LG 시그니처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에 현대차 로고를 쓰지 않는 것이나, 삼성이 전자제품에 그룹 로고인 ‘오벌마크’를 붙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 콘셉트는 △본질에 집중한 최고 성능 △정제된 아름다움 △혁신적 사용성으로 정했다. 제품 성능을 극대화하는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LG 시그니처 제품은 기존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도 비싸게 정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세탁기 제품 중 가장 비싼 출고가를 기록했던 ‘LG트윈워시’(290만원)도 디자인과 성능을 대폭 개선한다. 출고가는 3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250만원인 ‘LG 올레드 TV’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강점인 화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바꾼다. 냉장고와 공기청정기에는 투명한 외관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냉장고 내부에 들어있는 제품과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프리미엄 시장 경쟁 심화

전자업계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발표한 건 LG가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셰프컬렉션’이라는 생활가전 브랜드를 발표했다. 10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는 냉장고에 7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책정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삼성은 최근 셰프컬렉션 브랜드를 적용하는 범위를 대형 가전에서 신혼부부 가정에 알맞은 중형 가전까지 넓히고 있다.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럭셔리 브랜드를 발표하는 건 경기불황과 중?업체의 추격이라는 두 가지 위기요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보통 경기불황이 오면 중저가 시장 규모가 줄어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래가 불안한 월급쟁이들이 지갑을 닫기 때문이다.

반면 상위 5% 시장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최근 추세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연간 세계 가전시장 규모(TV+생활가전)는 약 350조원이다.

그중 상위 5% 시장(약 18조원)의 성장세는 하위 95% 대비 세 배 이상 빠르다는 게 LG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성능도 뛰어나다. 세탁기 두 대가 동시에 세탁할 수 있는 ‘LG 트윈워시’나 냉장고 문을 많이 여닫아도 온도가 0.5도 이상 변하지 않는 삼성 ‘셰프컬렉션’의 기술은 중국 업체들이 쉽게 따라 하지 못한다.

대신 국내 업체들과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과 LG는 최근 세계 청소기 1위 업체 다이슨과 법정 싸움을 벌였다. 미국 월풀은 자국 정부에 삼성과 LG 가전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요청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굳어지면 덩달아 중저가 제품의 판매도 늘어난다”며 “프리미엄 시장 선두자리를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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