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위헌"

입력 2015-12-23 18:39  

위헌결정 쏟아낸 헌법재판소

6개월 미만 근로자 해고할 때도 미리 알려야
장학금 기준 못맞췄다고 로스쿨 정원 감축 안돼

'한·일 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각하…"심판 대상 아냐"



[ 김인선 기자 ] 헌법재판소는 23일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도록 한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 등을 재판관 8 대 1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의료광고가 상업광고 성격을 띠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간 심의기구인 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을 받아 심의하는데,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장관이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한 뒤 직접 심의할 수 있고, 의사협회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졌다는 점 등에서 의사협회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사전 심의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안모씨 등 청구인은 현수막을 내거는 방법으로 복지부 장관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의료광고를 했다가 약식명령을 받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한·일협정 내용은 판단 안해

헌재는 또 한·일 청구권 협정 조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모두 각하했다. 헌재는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규정한 각종 법률이 불합리하다는 유족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딸 이윤재 씨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결정했다.

한·일 청구권 2조 1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법인을 포함한 국민의 재산·권리·이익·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씨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가 부친 사망 당시 갖고 있던 미수금 5828엔을 1엔당 2000원으로 계산해 1165만6000원을 지급하기로 하자 행정소송을 내고 같은 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가 한·일 청구권 협정 헌법소원을 각하하면서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일대 혼란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사건을 6년 넘게 끌어온 끝에 협정 내용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내놓지 않은 데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법의 각종 제한 규정도 대부분 유지해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지는 못했다.

6개월 미만 다녀도 ‘근로자’

헌재는 사전에 예고하지 않고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한 ‘해고예고제’에서 근무한 지 6개월이 안 된 근로자를 예외로 둔 근로기준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학원 강사로 1개월 반가량 근무하던 중 해고된 송모씨가 “근무 기간이 6개월이 안 된다는 사유로 예고 없이 해고당한 건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고예고제는 갑자기 직장을 잃어 생활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며 “사전에 예고하지 않고 해고하는 것은 근로자가 계속 일할 수 있다고 기대할 가능성이 작은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정원 감축은 과도한 제재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신입생 모집 정원을 줄인 것 역시 위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신입생 모집을 정지하게 한 행위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헌법 제31조 제4항이 정하는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다.

2016학년도 신입생 1명 모집 정지 제재는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교육부는 강원대가 2012~2015학년도 로스쿨 설치인가 신청서상의 장학금 지급비율을 지키지 않았다며 2015·2016년 신입생 모집을 1명씩 정지했다. 헌재는 “강원대 로스쿨 신입생 모집 정원이 40명에 불과한데 그중 1명은 정원의 2.5%에 해당한다”며 “대학이 인적·물적 투자를 줄일 수 없는 사정을 고려하면 상당한 불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성폭행범 화학적 거세는 합헌

헌재는 화학적 거세를 규정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을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법소원 대상이 된 4조 1항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 범죄자에게 검사가 약물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약물치료는 한시적이며, 치료 중단 시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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