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인수] 초대형 증권사 탄생 '초읽기', 증권업계 지각변동 예고

입력 2015-12-24 11:13  

[ 이민하 기자 ]
자본금 8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이 임박했다. KDB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날 여의도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의 새주인(우선협상대상자)을 선정한다.

대우증권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면 경쟁사를 압도하는 수준의 덩치를 갖게 된다.

산업은행은 오전 11시부터 금융 자회사 매각추진 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들어갔다. 최종 발표는 이날 오후 2시께 나올 예정이다.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주식 패키지매각 최종 입찰에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 참여했다. 이번 매각대상은 대우증권 주식 1억4048만1383주(보통주 기준 43%)와 산은자산운용 777만8956주(100%)다.

업계에서는 2조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증권이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입찰 가격은 앞서 산은이 제시한 패키지 가격 1조8400억원(장부가)보다도 약 30% 높은 수준이다.

업계 4위 미래에셋증권(자기자본 3조4620억원·증자 후 기준)이 2위인 대우증권(4조3967억원)을 품에 안으면서 합병회사는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단순합산한 자기자본 기준 7조8687억원 규모다.

현재 1위인 NH투자증권(4조6044억원)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삼성증권(3위·3조6285억원)과 한국투자증권(5위·3조3739억원)보다는 규모가 두 배 이상 크다.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으로 향후 증권업계의 전체적인 구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증권사들한테는 '몸집 불리기'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2, 4위 증권사가 합쳐져서 1위가 됐기 때문에 기존 대형 증권사들도 투자은행(IB)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은 국내 IB 분야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선두 증권사고,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WM) 부문이 뛰어나다"며 "규모 면에서 국내 1위가 되는 것은 물론 사업적으로 서로 보완, 시너지(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실제 합병 후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종 자기자본 규모가 단순 합산한 수준보다 작을 가능성도 있다. 합병 후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 합산 자기자본 규모는 7조8000억원 수준이지만 실제 합병 후 자본 규모는 이보다 적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를 위해 추가 자금조달을 활용할 경우 이에 대한 이자비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추가 차입을 감안한 예상 자기자본은 5조9000억원 수준이라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추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현금성자산을 포함한 보유현금은 3715억원(3분기 기준)으로 지난달 증자를 고려하면 인수자금 2조4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5일 대우증권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유증을 통해 956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당초 목표한 1조2000억원에는 2500억원가량 부족했다.

전 연구원은 "투자자산 처분 등을 포함해 차입자금을 8000억원 수준으로 가정하면 연간 예상 이자비용만 26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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