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선 산업부 기자)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로서 위상을 갖춰 미래 신수종 사업을 주도하고 그룹 성장을 견인하겠다.”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되자 삼성물산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삼성물산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 속에서 합병의 당위를 설명할 때도 지주회사의 필요성을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지주회사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사업활동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뜻합니다. LG그룹의 ㈜LG가 대표적입니다. ㈜LG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진 않지만, LG전자 등 주요계열사의 최대주주로서 그룹 전체의 사업을 관장합니다.
삼성물산이 ‘사실상의(de facto)’라는 어려운 용어까지 동원한 것은 사전적인 지주회사와는 다른 구조기 때문입니다. 일단 삼성물산은 건설, 리조트, 패션 등 자체적으로 사업을 합니다. 지배구조에 있어서도 삼성생명(19.4%), 삼성전자(4.1%)를 통해 그룹 계열사 중 정점에 있긴 하지만 ㈜LG처럼 모든 주력계열사의 최대주주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이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강조한 것은 그룹 계열사들의 사업을 총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그 뒤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정말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됐을까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제껏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그룹 콘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삼성물산은 리조트부문의 건설사업과 건설부문을 합쳤을 뿐,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할 조직을 신설하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사옥도 뿔뿔히 흩어집니다. 건설부문은 판교로, 상사부문은 태평로로, 패션부문은 도곡동으로 옮겼거나 옮길 예정입니다.
적어도 내년 한해동안은 삼성물산이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진 않을 듯 합니다. 당시의 설명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차라리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합병을 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끝)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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