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품귀'…외환통제 나서는 아프리카

입력 2015-12-24 17:40  

유가 하락·면화 수출감소·통화가치 하락 '3중고'

에티오피아·모잠비크 등 잇따라 달러 사용 통제
GE 등 다국적기업 사업 차질



[ 뉴욕=이심기 기자 ] 아프리카 국가들이 달러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외화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출 감소, 이로 인한 자국 화폐의 가치 하락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등 달러 사용 통제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인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앙골라와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등은 급격한 외환보유액 감소를 막기 위해 미국 달러화 사용 통제에 들어갔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의 주 수입원인 석유와 면화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수출물량까지 대폭 줄어든 데다 자국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보유 외환이 급속히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지난 여름부터 고기와 콘크리트 등 41개 품목을 수입할 때 은행에서 달러를 빌리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물건을 수입할 때 은행에서 달러를 빌릴 수 없는 제한품목에 해당하는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점검받아야 한다.

외화 수입의 9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나이지리아는 올초 유가 하락으로 자국 화폐인 나이라 가치가 폭락하자 3월부터 달러당 199나이라로 자국 통화가치를 묶어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나이라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시중에 공급하는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1년 전보다 18% 급감, 295억달러까지 줄었다.

원유 수출이 외화수입의 95%를 차지하는 앙골라도 최근 1년간 자국 화폐 콴자의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32% 폭락, 달러당 135콴자까지 떨어지면서 외환보유액 확보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07.26달러에 달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36.14달러까지 밀리며 66% 급락했다.

모잠비크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 매출의 절반을 자국화폐 메티칼로 전환토록 하는 등 외환보유액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잠비아는 외화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리 수출이 4분의 1로 줄면서 자국화페 콰차(ZMW)의 가치가 아프리카 국가 화폐 중 가장 큰 폭인 달러 대비 40% 폭락했다. 가나도 자국통화 세디(GHS)가 20% 하락했다.

짐바브웨는 위안화를 공식통화로

짐바브웨는 최근 중국이 외화부채 4000만달러를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중국 위안화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짐바브웨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통화증발에 나서면서 초인플레이션을 맞았고, 2009년 자국 통화 짐바브웨달러 사용을 중단했다. 대신 미 달러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을 법적 통화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번에 위안화를 추가한 것이다.

외환 부족으로 인한 불价?현지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다국적 기업으로 튀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장기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각종 기자재 수입에 필요한 달러를 현지에서 확보하지 못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코카콜라도 현지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달러로 송금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는 현지 기업인의 말을 인용, “은행에서 달러 환전이 어려워졌으며 시간도 더 많이 걸리는 등 과거와 크게 달라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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