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비해 물질적으로 많이 부족했고 정치적으로도 어수선했던 1970~1980년대였다. 그러나 매년 이맘때쯤 연말 분위기는 당시가 훨씬 더 훈훈하고 포근했던 것 같다. 아마도 거리 곳곳에 걸린 성탄절 장식과 사람 좀 몰리는 곳이라면 예외없이 흘러나오던 캐럴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선가 ‘징글벨~ 징글벨~’ 소리가 들리면 괜히 마음이 설레고 성탄트리에 쏟아지는 함박눈을 떠올리며 왠지 기분이 들뜨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러던 캐럴이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췄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돼도 거리에서 캐럴 듣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 난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 캐럴이 사라진 이유가 뭘까. 우선은 저작권 문제가 있다. 음악저작권 관련 단체들은 2006년부터 바닥면적 3000㎡ 이상인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음원 사용료를 내라는 소송을 본격 제기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길거리 매장들도 캐럴을 트는 데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음반시장 자체가 음반 구입에서 온라인 다운로드로 바뀐 것도 한몫했다. 전에는 유명 가수는 물론 개그맨들도 연말이면 캐럴 음반을 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음반산업 자체의 침체에도 瞿?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캐럴은 중세시대 노래를 부르며 둥글게 무리지어 추던 춤을 뜻하던 프랑스 말 ‘carole’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동지가 지날 무렵 태양의 재탄생을 축하하며 벌이던 동지절 축제(12월24일~1월6일)와 농업신을 모시는 제의가 기독교 문화와 융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14세기께 단순한 형태의 캐럴이 영국에서 본격 등장했고, 15세기에는 좀 더 복잡한 형태로 발전해 수도원과 교회 예배당에서 불려졌다. 18세기에는 캐럴 인쇄물이 만들어졌고 19세기 영국에서는 악보가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20세기 들어서는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지구촌 연말 분위기를 달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캐럴 없는 크리스마스를 의식해서인지 최근 저작권 관련단체들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저작권료 때문에 캐럴을 틀 수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가능한 한 많은 영업장에서 부담 없이 캐럴을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캐럴 저작권료는 안 받겠다는 말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캐럴의 범위가 모호한 데다, 3000㎡ 미만의 매장도 음악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최근 판결이 있어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어쨌든 이번 일로 캐럴이 다시 좀 들리는지 거리로 한번 나가봐야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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