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은 법적 의무…대법원 제소 등 강경 대처"
교육청 "제재 근거 없어"…유치원·학부모 불만 고조
[ 정태웅/김주완 기자 ] 정부가 내년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의회 등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하기로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당장 다음달부터 ‘보육대란’이 현실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한 유치원·어린이집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예산은 의무지출 경비로 교육감이 반드시 편성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학부모 불안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재의 요구, 대법원 제소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전액 삭감한 서울 광주 전남 등 3개 시·도교육청에 오는 28일 재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감이 재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 대법원에 직접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결사항이 공익에 현저히 위배될 경우 대법원에 직접 제소가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사진)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계속해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시에는 교부금 차감 등 법행정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3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라”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데 대한 반격 성격이 강하다.
추 실장은 이어 “서울시와 경기 성남시가 ‘청년수당’ 등 선심성 복지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시정명령과 대법원 제소 등 정부에 주어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이날 “정부가 교육감을 상대로 제재할 수 있는 법률적 대응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재반박하는 등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의 볼썽사나운 비난 공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 강원 전북 등 세 곳은 어린이집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고 서울 전남 광주 경기(28일 확정 예정) 등 네 곳은 유치원 예산까지 편성되지 않았다. 조속한 시일 내 재의를 하거나 추경안이 의결되지 않는 한 당장 다음달부터 보육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유치원 원장은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아이를 보내기 어렵다는 학부모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홍보국장은 “전국 사립유치원의 58%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아 이탈로 유치원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명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한 30대 직장인은 “누리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50만원 가까운 돈을 부담해야 할 판”이라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조만간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김주완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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